영성신학(12주간 묵상)

새 계약(15)

기도하는 어머니 2018. 7. 10. 11:28

12주간의 묵상

 

3주간 셋째 날 (7.9.연중 제14주간 월요일) : 예레 31,31-34

 

본문 : 새 계약

31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32 그것은 내가 그 조상들의 손을 잡고 이집트 땅에서 이끌고 나올 때에 그들과 맺었던 계약과는 다르다. 그들은 내가 저희 남편인데도 내 계약을 깨뜨렸다. 주님의 말씀이다.

33 그 시대가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계약은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34 그때에는 더 이상 아무도 자기 이웃에게, “주님을 알아라.” 하고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모두 나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

 

새 계약 (15)

 

예레미야 예언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하는 고난 받는 하느님의 종이다.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과 맺게 될 새 계약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내가 이스라엘 집안(네 집안)과 맺어줄 계약은 이러하다.(나와 내 가족이 세례성사를 받던 날, 하느님의 아들, 딸로 당당하게 상속자가 되던 날) 주님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예레 31,33-34)(원죄의 사함, 고백성사를 통한 죄의 사함)

 

예례미야 예언서를 통하여 맺은 하느님의 계약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완성된다. 주님께서는 잡하시기 전날 밤에 최후의 만찬에서 성찬례를 제정하시고, 제자들과 새 계약을 맺는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성찬의 전례에서 받아먹고 마시는 예수님의 몸과 예수님의 피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30년 이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영하며 영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은 큰 은총이다.

 

개신교에서 개종하여 가톨릭으로 갔지만 세례를 받기 전에는 이방인과 같았다. 미사 전례에서 신부님이 읽으시는 경문이 너무나 좋았고 거룩하고 완전하였지만 성찬례에 참여하고 난 후 신자들은 모두 성체를 받아 모시며 행복해 하는데 난 성체를 모실 수가 없다. 대체 성체를 받아먹고 마시는 기분이 어떨까? 상상만 할 뿐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하루는 미사 후에 성전에 앉아서 조배를 하며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께 하소연을 하였다.

예수님 날마다 미사에 나오지만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제 심정을 아십니까? 저도 하루빨리 성체를 영하고 싶은데 개신교에서 왔다며 오히려 교리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세례날짜도 늦어지고 있으니 답답하고 속이 상합니다. 저를 위로할 말씀을 주십시오.” 라고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니 성전 안에 아무도 없으니 대성통곡을 하였다. 실컷 울고 났더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속이 후련하였다.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고요한 음성이 들려왔다.

 

딸아, 울지 마라. 지금 성전 바닥을 보아라.” 나는 어떨 결에 성전 바닥을 보았다. 그런데 성전 바닥이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 너무나 놀라서 당황하고 있는데 주님께서 다시 저 피는 나의 성혈이다. 많은 이들이 나의 피임을 진심으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성체를 영하지만 나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성전 바닥으로 버려지는 것이다.” 나는 정말 놀라서 어안이 벙벙하였다. 울음을 그치고 주님의 피를 제대로 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속의 기도를 바쳤다. 그날 이후 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성체를 받아 모시지 못하는 섭섭한 마음보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마음을 열고 주님의 살과 피를 제대로 받아 모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들이 먹다가 남은 찌꺼기로 배불리기 위하여 미사 후에도 성전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동안 조배를 하였다.

 

8개월의 교리 공부가 끝나고 세례식이 다가왔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감히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실 수 있다는 감격이 밤잠을 설치게 하였다.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바치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주님이 커다란 거양 성체 둥근 빵을 들고 찾아오신 것이다.

 

받아먹어라. 나의 몸인 성체를 너에게 주기 위하여 이때를 기다려왔다.”

 

입안으로 성체를 넣어주고 주님은 사라졌다. 잠이 오지 않았다.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198842일 부활 대축일에 세례성사를 받았다. 신영세자 중에서 제2독서를 담당하게 되었다. 제대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세례예식에 참례하고 독서를 하고 영성체 시간이 되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젯밤에 영했던 성체보다 조금 작은 1/4 의 성체를 제게 주면서 신부님께서(양병묵 루카 신부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다. 아멘하고 받아먹었는데 너무나 감격하여 울음이 복받쳤다. 꽤 큰 성체였는데 제 입 안에서 언제 어떻게 녹아 없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미사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울고 있었다. 세례식에는 남편과 딸과 아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남편이 내게로 다가와 안아주었다. 남편 품에 안기자마자 다시 울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도닥여주었다.

 

한 번의 영성체로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하였다. 나는 날마다 영성체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지 않는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이렇게 가슴 벅찬 영성체를 그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날 이후 난 매일 미사에 거의 나갔다. 주님, 저는 미사에 참례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제가 영하는 성체는 남편을 위한 것이니 그를 교회로 부르시고 함께 미사와 영성체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시오.” 라고 하며 100일간 작정기도로 매일 미사와 묵주의 9일 기도를 드렸다.

 

100일이 다 채워지는 날 남편은 느닷없이 여보, 나 오늘부터 성당에 나갈 거야.” 라고 하였다. 난 너무나 놀라서 여보, 정말~” 이라고 대답하고 아침을 챙겨서 먹은 후에 와이셔츠를 다림질하여 놓고 함께 가기를 기다렸다. 남편은 약속을 지켰다. 난 감히 남편과 나란히 걷지도 못하고 조금 앞서 가며 남편이 성당까지 잘 따라오는지 뒤를 돌아보며 걸었다. 남편은 성당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 난 성당 맨 앞자리까지 뚜벅뚜벅 갔지만 남편은 성당 가장 뒤편에 자리하였다. 난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다음 주에도 성당에 따라 나서는 남편이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였다. 그날은 내가 앞자리로 다가가자 남편이 뒤따라 들어와 가장 앞줄에 나와 함께 앉았다. 경건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미사를 드렸는데, 그날 남편은 울고 있었다.

 

남편에게 무엇에 감동을 받았는지 들어 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통신교리를 권유하자 순순하게 대답하였다. 통신교리 3개월을 마친 후 보충 교리 4주간을 한 후 수녀님께서 마리아 자매를 보고 속전으로 세례를 준다며, 881015일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세례성사를 받았다. 결혼생활 7년 동안은 서로의 신앙이 달랐기에 정말 많이 다투었다. 그런데 같은 신앙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고 교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

 

부모님이 신자가 되었으니 아이들 세 명도 유아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유아세례 후 큰 딸과 아들은 주일학교에 등록하였고, 막내딸도 어렸지만 저녁마다 가족들 기도시간에 같이 앉아서 가정기도를 드렸다. 사실 막내에게는 글자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묵주의 9일기도를 날마다 봉헌하면서 기도문을 외우게 되었고 기도책 안에 있는 글자를 읽더니 한글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 모두 첫영성체를 하였다. 첫영성체 후 아들은 복사로 2년간 활동을 하였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얼굴에 여드름이 생겼고, 신부님께서 청춘의 심볼 여드름이 생겼다고 말하자 그때부터 제단 위에 올라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아서 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이 되면 견진교리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았다. 신앙도 제때에 뿌리를 내려야 튼튼해 질 수 있다.

 

남편은 가톨릭 신앙관이 뚜렷하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신앙은 강요하였다. 아이들은 고3때까지 주일미사에 결석하지 않았다. 남편의 신앙교육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자녀들에게 신앙의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두 딸은 대학에 입학한 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를 하며 나름대로 신앙을 체험하고 지금까지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다.

 

아들은 군대에 갔을 때 주님을 강하게 체험하였다. 최전방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날이 너무나 추워서 온 몸이 얼어붙어 동장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저 멀리서 하늘나라에 가 있는 삼촌(작은 아빠와 유년시절 한 집에 살았기 때문에 작은 아빠를 아주 잘 따랐다. 그런데 아들이 고3때 외국 출장 중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아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다. 작은 아빠와 같은 건축가의 길을 걷고 싶어 했다.)이 다가오면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000, 정신을 바짝 차리라.” 고 하는데 얼어붙었던 몸이 녹으면서 몸에 온기가 돌아왔단다.

 

예수님의 사랑은 성체성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신의 상처 난 옆구리에서 우리를 태어나게 하시고 거기에서 흘러나온 성체와 성혈로 우리를 살게 하신다. 요한복음 6장에 나오는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은 성체성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준다. 영성체는 구원의 필수조건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성체)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요한 6,27)

 

내가 생명의 빵(성체)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 35)

 

내 살(성체)을 먹고 내 피(성혈)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문다.”(요한 6,56)

 

성체 안에 현존하여 계시는 예수님! 당신의 사랑을 신뢰하고 흠숭하오니 많은 이들이 성체로 힘을 얻게 하소서! 성체의 모후이신 어머니 마리아여! 미사 때마다 아들과 함께 하시니 감사합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가슴 안에 주님에 대한 사랑이 불처럼 타오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