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간의 묵상
제1주간 여섯째 날 (6.27.연중 제12주간 수요일, 성 치릴로 주교학자) : 이사 5,1-13
본문 : 마지막 초대
1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와서 돈 없이 값없이 술과 젖을 사라.
2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3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 내가 너희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리니 이는 다윗에게 베푼 나의 변치 않는 자애다.
4 보라, 내가 그를 민족들을 위한 증인으로, 민족들의 지배자와 명령자로 만들었다.
5 보라,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르고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너에게 달려오리니 주 너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그분께서 너를 영화롭게 하신 까닭이다.
6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7 죄인은 제 길을, 불의한 사람은 제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리라. 우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신다.
8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9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10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11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맺음말
12 정녕 너희는 기뻐하며 떠나고 평화로이 인도되리라. 산과 언덕들은 너희 앞에서 기뻐 소리치고 들의 나무들은 모두 손뼉을 치리라.
13 가시덤불 대신 방백나무가 올라오고 쐐기풀 대신 도금양나무가 올라오리라. 이 일은 주님께 영예가 되고 결코 끊어지지 않는 영원한 표징이 되리라.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음성을 가슴 깊은 곳에서 들을 때가 종종 있다.
1. 죽지마라 : 이 말은 내가 그리스도 신자가 아닌 상태에서 들었던 말이다.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어머니는 임신을 한 상태였고, 그 수발을 하며 겨울 농사를 도우면 신학기 학비를 내주겠다고 하였다. 그해 겨울 고향으로 내려가 열심히 일하였다. 2월 초에 어머니가 두 번째 아들을 낳았다. 3대 독자 아버지에게 두 번째 아들이 태어났으니 어머니와 아버지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 속에서 행복해 하였다. 나도 일한 보람이 있었고 3월 개학 때에는 학비를 기쁜 마음으로 내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생후 7일 만에 아기는 파상풍을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는 원래 나의 학업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어머니는 어디에서 융통해 오던지 학비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 어머니께서 큰 상처를 받았으니 나는 부모님 관심 밖이었다.
개학일과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학비를 마련해 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3월에 임박하여 학비를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줄 수 없다며 100원짜리 지폐를 던지며 나가라는 듯이 돌아누웠다. 내가 너무나 염치없는 말을 한 것인가? 아버지는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의 냉랭한 반응에 삽시간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좌절감을 느끼며 빈 손으로 집을 나와 제주시로 갔다. 혼자서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려웠고 내가 학업을 그만 두고 세상에서 없어지면 가정에 평화가 올 것 같은 생각에 삶을 포기하려고 자살 기도를 하였다. 가지고 있는 옷가지와 책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유서를 써놓고 방파제를 향하여 무작정 걸었다. 끝까지 가서 물속에 빠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한 것이다.
방파제를 무작정 걸었다. 시간이 얼마를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봤더니 바닷가 작은 교회에 나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불교 신자였던 내가 교회에 앉아있었고, 고개를 들고 앞을 쳐다 보는 순간 그곳에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십자가가 갑자기 금빛으로 빛나면서 흘러나온 글은 ‘죽 지 마 라’였다.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도 죽지마라는 네 글자가 울려 나오면서 귓가에도 공명처럼 죽지마라는 외침이 계속 되었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교회를 나오면서 바닷가로 더 이상 가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의지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친구의 도움으로 대학을 등록했고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대학 4학년을 마무리하였다.
그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학교를 마치고 얻어낸 교사 자격증이 나를 평생 교직에 머물게 하였고 나의 삶을 향상시켰으며 정년을 마친 후에도 노후를 보장해 주고 있다.
2. 마음을 바꿔라 : 스물여섯에 결혼하여 서울에서 신접살림을 하였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 서울에서의 삶은 얼마나 고단하고 힘이 들었던지? 서울 방배동에 살면서 안성여중으로 출퇴근 하였다. 안성여중에서 큰 딸과 아들을 낳았고, 그 후 광명으로 이사를 하여 시할머니와 시누이, 시동생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오순도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아프고 막내는 너무나 많이 아파서 할머니가 이제는 아기를 정말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난 다 죽어가는 어린 것을 업고 교회를 찾아갔다.
처녀 때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고, 결혼 후 서울에 와서 여의도 순복음교회, 역삼동 장로교회, 상도동 감리교회, 방배동 성결교회 등 이사하는 곳마다 가까운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을 이어갔다. 그러나 막내를 낳고는 삶이 힘겨워 교회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그날 아이를 둘러 없고 찾아간 곳은 우리 집에 함께 살던 집사님이 다니던 교회였다. 수요일 저녁 예배 시간에 참석하게 되었고 개신교 성가 ‘천주여 의지 없어 손들고 옵니다.’를 부르고 있었다. 난 순간 아이의 아픔이 나의 잘못임을 알고 회개하고 울며불며 이 아이를 오늘밤에 살려주면 내일부터 새벽기도 100일을 다니겠다고 다짐하였다. 아이는 다음 날부터 열이 떨어지고 의식이 회복되면서 먹기도 하였다.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0일간의 기도를 이어갔다. 불교 신자였던 남편은 나의 신앙생활을 인정하지 않았다. 새벽 기도를 다녀오면 대문과 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집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벨을 누르면 큰 아이가 문을 열어 주었다.
하느님과의 약속이니 100일은 새벽기도를 채워야한다. 이렇게 내가 교회에 열심히 나가자 남편은 교회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다그쳤다. 조상들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 개신교 교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제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하자 남편은 화를 내며 조상들의 전통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신앙에 도취된 당신과는 살 수 없다며 합의 이혼을 요구했다.
정말 암담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이가 셋이고 지금 경제적 능력을 가진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남편은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대학동창이 교사를 하다가 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서품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사제서품식(남승택 가브리엘 신부님)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로 남편은 천주교로 가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였다. 개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목사님께 개종의사를 밝혔더니 그것은 절대 아니라며 산 기도를 가서 주님의 말씀을 받으라고 한다. 그러나 난 단 하루도 집을 비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어느 날 새벽 기도를 가는데 큰 딸이 나섰다. 자기도 엄마랑 새벽기도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날 목사님은 출타 중이었고 내가 호세아서를 읽고 말씀을 나누고 통성기도를 하는 차례였다. 호세아서 11장을 읽고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계속 ‘마음을 바꿔라’ 는 음성이 들렸다.
“마음을 바꿔라. 너의 처지를 생각하면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호세 11,8)
어떻게 마음을 바꾸는 것이 예수님의 뜻인지 분별이 되지 않았다. 목사님 말처럼 주님의 뜻을 알기 위하여 산 기도를 가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편의 말을 따라 성당으로 가야하는지? 아무튼 마음을 바꿔라 하는 주님의 음성에 침묵하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새벽 기도에서 잠만 자고 있던 큰 딸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큰 소리로
“엄마 성당으로 가! 성당에 가면 아빠가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 난 죽어버릴 거야~~ ” 너무나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천사의 음성처럼 듣게 되었고 그날 저녁부터 성당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제사문제와 사제서품이 천주교로 개종하게 된 원천이다.
3. 지금 성당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 개신교 신자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가톨릭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다. 성모공경, 교계제도, 고백성사, 성체성사 모든 것이 형식 위주의 신앙생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신부님의 말씀과 제사를 지내되 더욱 정성껏 좋은 음식을 장만하고 정성을 다하여 온 가족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의 일치를 위하여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하는 신부님의 말씀도 생경하게 들렸다. 가톨릭교회는 한국의 미풍양속인 제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제사는 우상숭배라고 배웠는데… 한편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맺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면서 천주교 전례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또 학교에서 개신교 신자들끼리 모여서 신우회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천주교로 가면서 그 모임도 시들해졌다. 또 성모마리아 공경이 지나치다며 가톨릭의 종교 행위를 비난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난 성모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보려고 명동에 나가 성모님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사왔다. 그리고 성모님이 영성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스스로 터득하면서 신앙생활에 탄력이 붙었고 개신교 신자들에게 묵주기도를 가르쳤고, 나도 열심히 묵주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8개월의 교리 공부를 마치고 영세를 받게 되었다.
난 영세 받기 전 예비자 기간 동안에도 매일 미사에 자주 나갔다. 그런데 가장 부러운 것은 미사에 참석을 하는데도 예비신자이기 때문에 성체를 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님께 나도 영성체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며 목마름을 호소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께서 영성체를 하지 못해도 미사에 참여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면 큰 은총을 받을 수 있다며 위로를 하셨다.
세례식 전날 밤 꿈속에 예수님은 거양성체를 들고 나타났다.
“내가 너에게 나의 살과 피인 이 성체를 주고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받아먹어라.”
거양성체 1/2 을 주었다. 잠에서 깬 나는 너무나 놀라워 세례식 때를 기다렸다. 그날 새로운 영세자들 중에서 제2독서를 하게 되었고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예식에 참례하고 있었는데 미사 영성체 시간에 정말 신부님께서 1/4의 거양성체를 들고 와서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감격하여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많이 울었다. 그날 분명 큰 성체를 영하기는 하였는데 언제 어떻게 녹아내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세례 후에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새벽 미사에 나가 성체를 영하며 기쁘게 천주교 신앙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성당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성당으로 가거라.”
나는 두렵고 놀라워하며 비누가 묻어있는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성당으로 달려갔다. 저녁 미사 중이었다. 맨 뒷자리에서 기적을 찾아보려고 집중하는데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무나 크게 들리는 것이다.
“너희는 이것을 모두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이것을 모두 받아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먹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은 미사 후에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보여줄 기적은 이것이 전부다. 밀떡과 포도주가 나의 몸과 나의 피가 되는 기적 말이다. 그리고 미사성제 안에서 너의 모든 죄를 사하여 줄 수가 있고 다른 사람을 용서할 마음과 사랑할 수 있는 힘도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날마다 빠짐없이 매일 영성체를 하여라.”
그 후에 난 성체를 일용한 양식으로 생각하며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매일 미사에 참례하였다. 그렇다 성체의 신비는 교회의 신비이며 예수님께서 우리 죄인들에게 내어주는 당신 전부이다. 주님의 몸을 영하는 순간 나의 몸은 주님의 몸이 된다. 주님의 몸은 나의 육신과 영혼과 정신을 당신의 것으로 변화시킨다. 순간 영적인 핵치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주님의 뜻을 실천할 용기와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할 마음과 원수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할 마음을 일으켜 준다.
그리스도의 성혈은 나의 더러운 피를 정화시키고 거짓자아를 죽이고 예수님의 본성으로 되살아나게 한다. 세상을 주님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자기중심에서 예수님 중심으로 살게 한다. 오! 놀라운 신비여! 인간이 하느님이 되는 순간이다.
30년 이상 성체를 생명의 양식으로 받아먹고 예수님의 성혈을 생명의 음료로 받아 마시고 있다.
정녕 주님은 나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시고 기름진 음식으로 즐기게 하신다. 또한 말씀으로 살게 하고 주님의 주신 새로운 계명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성체는 서른세 살 청년 예수님의 살과 피다. 육신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늙어가지만 영적인 생명은 예수님의 피를 수혈함으로써 점점 생기를 얻고 있다. “보이는 것은 잠시 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예수님! 이제는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지 않겠습니다.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지 않겠습니다. 생명이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께서 주시는 좋은 음식으로 배불리며 주님께서 주시는 기름진 음식으로 인생을 즐기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희생하여 좋은 양식과 음료를 만들어주시는 예수님!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예수님! 당신은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 나의 생명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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