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한 묘 (107)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산 20-1 T 064-742-3777)
2016년 4월 29일 부활 제5주간 금요일
어제 저녁 하도에서 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온가족이 즐겁고 화목하게 보낸 후 저녁 늦게 제주시 동생 집으로 왔다. 오늘 아침 배를 타고 추자도에 가기 위해서였다. 아침 9시 30분 제2부두에서 추자도로 가는 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오늘 순례에는 동생 정자가 동행하기로 하였다. 동생은 아직까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동생 정자는 내가 하는 행동을 롤 모델로 잘 따라서 하는데 신앙만큼은 아직 따라오지 않고 있다. 나의 기도가 부족하고 아직 주님의 때가 아니라고 규정할 밖에 도리가 없다. 무수히 많은 기도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주님께서 동생에게 신앙의 빛을 비춰주실 것이다. 주님의 자비를 믿고 실망치 않고 꾸준히 기도를 할 뿐이다. 추자도는 바람이 불면 배가 뜨지 않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하늘이 맑고 구름 한 점 없고 배도 정상적으로 출발한다니 횡재를 한 셈이다. 9시 30분에 출발한 훼리호는 10시 30분쯤에 상추자도에 도착이 된다. 배에서 내려 순화버스를 타고 하추자도 모진이 해수욕장에서 내려 바닷길을 따라 위로 오르면 산등성이 중간쯤에 황경한의 묘가 있다고 추자성당 관리장님이 자세히 알려주었다.
추자도는 한반도와 제주 본섬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 등 42개의 군도로 형성되어 있다. 1271(고려 원종12)년까지 후풍도라 불리웠으며, 전남 영암군에 소속될 무렵부터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조선 태조 5년 섬에 추자나무 숲이 무성한 탓에 추자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1896년 완도군으로 편입되었고, 1914년 제주도에 편입된 후 1946년 북제주군에 소속되었다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제 실시로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통합되어 제주시 추자면으로 소속되어 현재 6리(대서리, 영흥리, 묵리, 신양1리, 신양2리, 예초리)에 1,176가구, 2천 2백여명이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33호 사수도 흑비둘기, 슴새번식지, 문화재로 최영장군사당, 추자처사각 특히, 청정해역으로 연중 갯바위 낚시가 잘되어 감성돔, 참돔, 돌돔, 농어 등이 많이 잡혀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이곳 하추자도에 황사영의 아들 황경한의 묘소가 있다. 백서 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 알렉시오와 정난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황경한은 신유박해 때 백서 사건으로 부친 황사영이 순교한 후, 어머니 정난주가 제주도로 유배되는 과정에서 하추자도에 남겨지게 되었다. 하추자도에 남겨진 경한은 오씨(吳氏) 성을 가진 한 어부의 손에 거두어졌다. 경한이 추자도에 떨어졌을 때 그가 입고 있던 저고리 동정에서 나온 이름과 생년월일에 의해 그가 황경한임을 알게 되었고 오씨의 아들로 키워졌다고 한다. 오씨의 집에서 장성한 경한은 혼인하여 두 아들 건섭과 태섭을 낳았는데, 그 후손이 아직도 추자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낯설고 외로운 유배지에서 생을 다한 황경한은 사망한 후 예초리 남쪽 산의 중간 산등성이에 묻혔다. 하추자도의 황경한이 살던 오씨 집은 1965년 불타 없어졌고, 그 집안에서 간직해 온 경한의 젖먹이 때 옷이나 가첩 등도 그때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순례의 길을 순탄하게 하고 흥겹게 하였다. 동생과 만나면 할 이야기가 끝없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무한한 대화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겠지? 마침 훼리호 선장이 동생의 시숙이었고 또 어렸을 적에 알고 지냈던 선배님이 갑판장이어서 오갈 때 커피와 과자 대접도 받을 수가 있었다. 상추자에 내려서 순환버스를 타고 하추자도 모진이 해수욕장에서 내렸다. 하늘과 바다가 푸른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파랗고 평화롭게 드러누운 상․하 추자 섬과 주변 섬들이 모두 형제처럼 다정하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우리 형제도 다정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멋진 포인트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바닷길을 따라 산길을 걸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황경한의 묘가 나왔다. 묘지에 도착하여 기도하고 사진을 찍고 정자에 올라 챙겨간 간식을 먹는데 나이가 지긋한 형제님 한분이 우리가 올라갔던 반대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통성명을 하자 서울에서 온 박 마르티노 형제님이었다. 성령기도회 봉사와 레지오 활동을 한다고 하여 급격하게 친해졌다. 가져간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성지순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제님은 추자도 황경한 묘를 순례함으로써 한국천주교성지순례 111곳을 모두 마치게 된다고 하였다. 추자도에는 세 번 도전하여 오늘 오게 되었다며 무척 반가워하였다. 함께 성지순례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는 길에는 동행하였다. 황경한 묘에는 성지순례 스템프가 없어서 추자성당까지 가야했다. 순환버스를 타고 한의원에서 내려 추자성당에 가서 사무장님을 만나고 안내를 받았다. 성당에 올라가 오늘의 순례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등대산 공원에 들려 추자도의 전경을 감상하고 4시 30분 훼리호를 타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멀미를 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그래도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좋은 벗들과 함께 한 순례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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