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성지순례

홍유한 고택지(유적지) (82)

기도하는 어머니 2016. 3. 14. 18:25

홍유한 고택지(유적지) (82)

(경북 영주시 단산면 구구리 322-5 T 054-636-2204)

2016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목요일

어제 하루 휴식을 취한 후 오늘 다시 성지순례를 떠난다. 수요일 저녁은 미사 후에 레지오를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다. 또한 3월 28일부터 손자 준표를 온종일 돌봐야 하므로 내게 주어진 여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손자가 나의 성지순례를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은 아침에 김밥을 여러 줄 쌌다. 막내가 먹을 것 두 줄을 남겨 놓고 내가 하루 종일 먹을 것 네 줄을 싸들고 과일과 물, 커피 등을 준비하여 6시 50분에 집에서 나갔다. 영주시에 위치한 홍유한 고택지를 거쳐서 11시 우곡성지에서 미사를 드릴 생각이다.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를 달렸다. 가는 길은 차가 별로 없어서 쾌적하고 한가하다. 묵주기도 40단은 봉헌하며 중간에 천둥산 휴게소에서 한 번 휴식을 취하였다. 다시 힘을 내어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풍기 IC에서 단산면 구구리를 찾아들어갔다. 단산면 구구리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이었다. 안양에서 2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성지에 도착했는데 성지 푯말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았고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홍유한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천주교 덕행을 삶으로 실천한 것을 기리려고 하는데 깊은 뜻이 있다. 뭔가가 정비되고 성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지기를 바란다.

한국 천주교회가 창립된 것이 1784년, 이보다 30여 년 전에 이미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여 심신을 연마한 이가 바로 농은 홍유한이다. 비록 그가 물로 세례를 받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천주교를 단순히 신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천지 만물의 이치를 밝히는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대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첫 인물로 꼽힌다. 경부 영주군 단산면 구구리는 바로 그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는 실학자 성호 이익의 문하에서 천주학을 처음 접한 뒤 바로 이곳에서 1775년부터 10년 간 학문을 통해 깨달은 신앙의 진리를 실천했다. 그는 유교와 불교에서 발견하지 못한 천주교의 진리를 깨달은 후부터 스스로 신앙생활을 시작해 『칠극』에서 터득한 덕행을 쌓기 위해 7일마다 하루를 주일로 정해 세속의 일을 전폐하고 기도와 묵상에 전념하였다. 나아가 욕정을 금하여 30세 이후에는 정절의 덕을 실천했으며, 금육일을 몰랐으므로 언제나 좋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1785년 1월 30일(음) 60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년 동안 철저하게 천주교 수덕 생활과 기도 생활에만 전념하였다.

성지순례를 떠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하느님의 깊은 사랑과 성모님의 이끄심이다. 또한 훌륭한 믿음의 선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요즘 네비게이션을 통해 길찾기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이 잘 되어 있고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혼자서도 순례가 가능하다. 이곳 안동교구는 산세가 험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수없이 많은 터널을 지나야했다. 내포지방에 비하며 평야가 없고 대부분이 산이어서 길도 험하다. 그래도 150년에서 200여 년 전 조상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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