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자산 성지 (70)
(전북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 산 11-1 T 063-285-5755)
2016년 3월 7일 사순 제4주일 월요일
오늘의 순례는 순교의 땅 전주교구로 가는 것이다. 대부분 월요일에는 성지 미사가 없어서 월요일 순례를 가지 않았는데 치명자산을 검색했더니 월요일 11시 미사가 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하면 11시 미사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새벽 미사를 본당에서 드리고 7시에 떠났다.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천안 ․ 군산 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묵주기도 20단을 드리다보니 어느 새 성지에 도착하였다.
전주교구의 천주교는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과 함께 시작되었다. 1784년 가을, 전주의 토호이며 양반인 유항검 아우구스티노가 경기도 양근의 권일신을 대부로 삼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귀향하여 호남지방의 사도가 되었다. 그리고 1784년 겨울에는 진산의 양반인 윤지충이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입교하고, 1787년에 정약전을 대부로 하여 이승훈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이 지방의 천주교는 전주와 진산(현 충남)을 중심으로 뿌리내려 갔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박해(신해, 신유, 정해, 기해, 병인)때마다 희생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주 지방은 순교의 땅이 되었다.
치명자산에는 신유박해(1801) 때 순교한 호남의 사도 유항검과 그의 가족 6명이 합장되어 있다. 이 중에는 다블뤼 주교가 “한국 순교자들의 보석”이라고 칭송한 동정부부 순교자 이순이와 유중철도 포함되어 있다. 유항검 가족은 처음에 초남이 근처 바우배기에 매장 되었다가 1914년 전주성당(현 전동성당)의 보두네 신부가 유해를 모셔와 현재 자리에 모셨다. 보두네 신부가 해발 300여 미터의 산정에 순교자들을 모신 뜻은 순교자들의 순결한 신심과 고매한 덕을 높이 기리고, 순교자들이 전주를 수호해 주기를 기원함이었다. 이후 1993년 유항검의 유해 확인을 위한 발굴 작업을 하여 유항검과 그 가족 6명 모두의 유해를 확인한 후 재안장했다. 순교자 묘 밑에는 1994년 건립된 기념성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성직자 묘지와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순교자 묘는 도지정 기념물 제68호로 지정되었다.
10시 10분에 성지 입구에 들어서니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는 순례자들이 있었다. 그들과 마음을 합하여 주님의 수난을 마음에 새기며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며 올라갔다. 산이 생각보다 가파르기 때문에 다리가 아프면 오르기가 힘들겠다. 십자가의 길 기도가 끝나자 성인 묘지에 가서 참배를 하고 겟세마니 동산에 올라 전주 시내를 내려다보며 기도를 하였다. 어쩜 자연석 형상이 앞으로 보면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를 하는 예수님의 모습이고 뒤에서 보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성모님의 모습이다. 성인들의 거룩한 삶을 주님과 성모님도 감동을 하셨는지 자연석을 당신들의 기도하는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너희들이 나를 찬미하지 않으면 이 돌들로 나를 찬미하게 하겠다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주실 것입니다.” (필립 3, 2) 아멘
11시 미사 예물 봉헌을 하고 미사에 참례하였다.
성지 담당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오늘의 복음에서 왕실관리의 믿음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께서는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아들을 고쳐 주십사고 청하는 왕실 관리에게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라는 한 마디 말씀을 하셨고 그는 이를 믿고 떠나갔다. 순수한 믿음은 기적을 일으킨다. 특히 성사생활 안에서 가장 많은 은총이 내려진다. 사순 제3주까지는 죄를 통회하고 보속하라는 말씀이라면 사순 제4주일부터는 영적 부활에 관한 말씀으로 이어진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 왕실고관의 아들을 살리심, 38년 동안 벳자타 못가에 앉아 구걸하던 사람의 치유, 죽은 이들이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살아날 때가 온다는 말씀 등등 죄를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주님께서 주신 은총을 잘 관리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한다. 지금은 은총과 구원의 때이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하느님 안에서 발견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청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순례자들이 은혜를 받고 기뻐하며 돌아갔다. 나도 은총이 충만하여 산을 내려왔다. 2011년 10월 구역에서 성지순례 왔을 때 처음으로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알게 되었고 왠지 마음이 끌려 성인에게 계속 기도를 해왔다. 사실 그때 친정아버지가 전립선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서 전구를 청하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고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서울 삼성병원에서 투병할 때 아우구스티노란 이름으로 대세를 드렸다. 그래서 성인을 아버지처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도 왠지 기분이 좋고 성인을 직접 만나는 것처럼 행복했다. 또한 며느리 이순이 루갈다와 아들 유중철 요한 동정부부도 너무나 좋아한다. 오늘은 이 분들을 직접 만나는 기쁨으로 몸과 마음이 충만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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