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성지순례

죽산성지(47)

기도하는 어머니 2016. 2. 19. 01:00

죽산 순교성지 (47)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죽림리 703-6 T 031-676-6701)

2016년 2월 17일 사순 제1주일 수요일

어농 성지에서 죽산 성지로 향했다. 오늘 네 번째 순례성지이다. 죽산 성지는 지난 봄 신학원에서 월례 피정을 왔었고, 구역별 성지 순례와 꾸르실료 행사 등으로 여러 차례 왔던 곳이다. 진입로를 놓쳐서 성지를 가운데 두고 농로를 한참 돌아서 마침내 성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차를 주차하고 성역(聖域)이라고 쓰여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 성지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성지 안쪽으로 들어서는데 맞은편에서 프란치스코 신부님이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너무나 놀랐다. 신부님이 이곳으로 발령을 받으신 것일까? 궁금해 하며 반갑게 인사를 드렸더니 지금 사제 연수중인데 잠시 휴식 시간이라 나왔다고 하셨다. 간발의 차이로 신부님을 뵙지 못할 뻔했다. 아니 신부님을 만나기 위하여 그토록 길을 헤매게 했던 것인가? 새신부로 첫 강복을 하고 떠나신 후 처음으로 뵈니 너무나 반가웠다. 성지 순례 중이라 말씀드리고 안수를 부탁드렸더니 기꺼이 안수까지 해주셨다. 주님은 사제를 보내시어 우리를 위로해 주신 것이다. 정말 우리를 너무나도 잘 아시고 모든 일을 미리 예비해 주신다.

죽산 순교성지는 천주교의 4대 박해 중 하나인 병인박해(1866년)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주님을 증거하며 생명을 봉헌한 곳이다. 충청, 전라, 경상도로 갈라지는 주요 길목인 죽산에는 이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조선 시대부터 일찍이 도호부가 설치되어 있었고 인근의 교우들이 붙잡혀 오면 이곳에서 참담한 고문 끝에 처형되곤 했다. 현재 「치명일기」와 「증언록」에 의하면 그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하여도 스물다섯 분이나 되는데, 이렇게 밝혀진 순교자 외에도 수많은 무명의 순교자들이 현 ‘죽산 성지’인 사형장으로 끌려와 순교의 깃발을 올렸던 곳이다. 죽산 성지는 오랑캐가 진을 친 곳이라 해서 ‘이진터’라 불렸다. 이러한 유래를 지닌 ‘이진터’가 병인박해 때 “거기로 끌려가면 죽은 사람이니 잊으라.” 하여 ‘잊은터’란 이름으로 바뀌어, 순교의 처절함이 서린 장소로 교우들 가슴에 새겨진 곳이다. 또한 죽산 성지 주변에는 교우들의 애절한 사연을 지닌 ‘두둘기 마을’이란 곳이 있다. 포졸들은 잡혀온 교우들에게 “돈을 내면 풀어주마.” 하며 두들겨 팼던 곳이다. 죽산 성지가 ‘잊은터’와 ‘두둘기’로 알려지면서 순교자들의 주님을 향한 ‘아픈 사랑’을 잘 대변 해주고 있다.

중앙 제대 쪽으로 올라가서 무명순교자 묘역에 참배하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였다. 무수히 많은 순교자들이 생명을 바쳐 지켜낸 신앙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한 마음으로 주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의 희년에 자비실천을 꼭 할 것이다. 성모님 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사무실 쪽으로 가니 사무실 바깥쪽에 순례 스탬프가 놓여 있었다. 순례스탬프를 찍고 출구 쪽으로 나오면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강복을 받고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우리를 축복해 준다. 우리 마음이 맑은 하늘처럼 깨끗할 수 있다면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오늘로서 수원교구 열 네 곳의 성지를 모두 순례하였다. 시작이 반이다. 벌써 마흔 여덟 번째 성지를 순례한 것이다. 이제 63곳이 남아 있다. 남아있는 63곳도 모두 완주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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