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 순교성지 (44)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삼풍리 187-2 T 043-833-5064)
2016년 2월 17일 사순 제1주일 수요일
어제까지 비․바람, 눈보라가 거세게 불어서 오늘 일정을 취소할까? 고민하다 아침을 맞았다. 비는 게이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주님께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라 한다. 얼른 대녀에게 문자를 보내고 성무일도를 드리고 오늘의 말씀을 묵상한 후 집을 나섰다. 오늘 일정을 소화하려면 점심을 먹을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김 밥집에 들려 김밥 세 줄을 샀다. 바나나와 사과와 김밥 그리고 마실 물이면 족하다.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잘 먹을 수는 없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또 사순절 기간 동안 아침 금식을 하고 있다. 수서동까지 가는데 출근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과천과 양재대로까지 길이 많이 막혔다. 9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수서동에 도착하였고 서둘러 대녀 자동차에 탑승하여 충북 괴산 연풍성지로 달렸다. 제2중부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렸다. 11시 미사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대녀도 속도를 내는 듯하다. 레지오의 시작기도, 묵주기도 10단, 까떼나, 마침기도를 하며 성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5분이었다. 주차를 하고 성당을 향하여 내달렸는데 입구에 1월 16일부터 23일까지 성지 사정으로 미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순간 허탈하였다. 달려온 곳이 어디인데 미사를 드릴 수 없음이 안타까워 한숨을 쉬었다. 잠시 진정한 후 대성전으로 들어가 십자가의 길 기도와 자비의 희년 기도를 드렸다.
연풍순교성지는 신앙의 길목이요 교차로이다. 박해가 계속되던 시절, 연풍은 신앙을 지키려는 선조들이 문경 새재와 이화령을 넘어 경상도로 피신하는 길목이 되었다. 그들은 연풍에 도착해서 한숨을 돌렸고,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고개를 넘는 순간에도 틈틈이 기도를 바치곤 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과 프랑스 선교사 칼래신부님도 연풍을 거쳐 경상도와 충청도를 넘나들며 교우촌을 순방했다. 그럴 때면 신부님들은 연풍 골짜기에 숨어살던 교우들을 방문하여 비밀리에 성사를 주었다. 연풍지역은 경상도와 충청도의 신앙을 잇는 교차로가 되었고, 신앙 선조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1866년 병인박해 때는 수많은 교우들이 이곳에서 체포되어 순교의 영광을 얻었다. 연풍 병방골은 황석두 루카(1813~1866년) 성인의 고향이다.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성인은 부친께서 “천주학을 버리든지 작두날에 목을 맡기든지 하라”고 강요하자 “결코 진리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작두날에 목을 디밀었다. 이후 성인은 아내와 동정 부부로 살면서 일생을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다가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 오메트로와 위앵 민 루카 신부님, 장주기 요셉 회장과 함께 충청도 갈매못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다. 성인의 시신은 갈매못에서 홍산 삽티 부근을 거쳐 고향 병방골로 이장되었다. 그리고 오랜 노력의 결과 1979년에 묘소가 발견되어 3년 뒤 연풍순교성지로 천묘되었다.
성당 안에서 기도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포근하고 맑고 하늘은 온통 파란 물감을 뿌린 듯 청명했다. 중앙 제대와 십자가, 순교현양비, 황석두 루카 성인 동상과 묘소, 다섯 성인상, 십사처 등을 둘러 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성지 순례를 마쳤다. 2011년에 구역에서 연풍성지로 순례를 왔었다. 그 당시에는 성 황석두 루카 탄생 200주년 기념 성당이 없었다. 순례하는 신자들에게 성전 건축을 위한 벽돌을 봉헌하도록 해서 우리도 가족별로 얼마씩은 봉헌했었다. 가건물 바닥에 앉아서 미사를 드리던 생각과 색깔이 고운 단풍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바오로와 사진을 찍었던 장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구역식구들이 하나가 되었던 모습이 되살아났다. 오히려 그때의 모습이 더욱 정겨웠던 것 같다. 이렇게 순례를 하다 보니 12시가 다 되었다. 연풍성지를 떠나오기 전에 가져간 김밥으로 차 안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감곡매괴성모순례성당으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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