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4일) 2020/1/31 금 오늘은 소렌토에서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려 포지타노에 위치한 아순타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카프리를 거쳐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소렌토의 아침은 쾌청하고 푸르다. 앞에 펼쳐진 나폴리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지평선 끝에 흩뿌려진 크고 작은 섬들은 침묵 속에 외치고 있다. ‘마리아야, 정말 잘 왔어~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거야~ 맘껏 즐겨봐~ 오늘도 네 인생 최고의 이벤트가 될 거야~’ 괜히 기분이 업 된다. 아침 식사 후 8시에 소렌토에서 시작해 살레르노까지 이어지는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렸다. 아말피 해안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된 곳이다.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촘촘히 늘어선 집들과 짙푸른 바다의 윤슬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장관을 이룬다. 지금까지 보았던 해안도로 중 과연 으뜸이다. 신부님께서 오늘은 휴식을 취하며 대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쉼의 시간을 즐기자고 하셨다. 일전에 이곳에 다녀가셨다며 그 느낌이 좋아 이번에 포지타노 아순타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일정을 스케줄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덕분에 우린 아름다운 절경에 녹아나는 축복을 덤으로 받은 것이다.
구불구불 뱅글뱅글 감아 돌며 아름답게 펼쳐진 해안 도로를 달릴 때 토니 기사가 들려 준 노래들은 저절로 흥을 일으켰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루치아노 파바로티, 햇빛은 바다 위에서 춤추고~)’, ‘산타 루치아’(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고~),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 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 올 때 하늘에 밝은 해는 비친다.)’ 등이 흘러나오는데 지금의 정경과 안성맞춤이다. 토니 기사의 센스와 안전 운행에 박수를 보내며 모두가 환호하였다.
포지타노 산타마리아 아순타 성당(성모승천성당)에서 아침 9시 순례 세 번째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라 시간이 촉박하였지만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최고의 포토 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한참 맑은 공기를 마신 후 승차하여 포지타노 중심가에 도착한 후 좁은 길을 걸어 성당에 도착하였다. 성당에 계시던 현지 신부님께서는 한국에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이곳까지 오시는 분들은 있으나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며 포지타노 성모님 사진을 한 장씩 나눠주었다. 주님께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모든 짐을 내려놓으라.’ 며 위로를 해 주신다. 미사를 드린 후 바닷가로 나가서 성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여러 장 찍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 올라갔다.
다음 일정은 소렌토 반도 남쪽에 위치한 카프리섬으로 가는 것인데, 소렌토 항구에서 승선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 들려 신부님이 사주는 이탈리아 커피를 취향에 맞게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일행의 얼굴은 점점 환하게 밝아지고 영혼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시간이 되자 흰색과 푸른색으로 채색한 훼리호를 타고 나폴리 바다를 가르며 한 시간 쯤 달려 카프리에 도착하였다. 이번 순례에 카프리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카프리의 경치는 너무나 푸르고 맑고 아름답다. 날마다 좋은 음식과 멋진 강론과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어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으로 가슴이 터질 듯하다. 푸른 바다 위에 복잡한 마음과 모든 걱정을 훌훌 털어내고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카프리에 도착하였다.
카프리 항구에 도착한 후 미니버스를 타고 소나무 식당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커다란 소나무 기둥을 사이에 두고 식탁을 놓았는데 우리 이외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후에는 시내의 중심을 걸어서 둘러보는데 패션 가게가 많았다. 성 미켈레 성당을 들리기로 하였는데 성당 문이 잠겨 있어서 안으로 들어 가 볼 수는 없었고 입구에서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의 그림을 잠시 구경하다가 아우구스투스 정원으로 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안나 카프리를 가로질러 수백 개의 계단을 내려와 카프리 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소렌토 항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시간에 잠시나마 불타는 석양을 만끽할 수 있었다. 소렌토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숙면을 하였다. 오늘도 주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서 대자연과 함께 즐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해외여행에선 특히 현지 음식 잘 먹고 잘 걷고 잘 보고 잘 자고 동행하는 일행과 잘 어울리는 것이 최고다. 그래야 여행을 맘껏 즐길 수가 있고 좋은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