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3일) 2020/1/30 목 오늘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에 있는 도시, 나폴리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소렌토에서 2박 할 예정이다. 아침 8시 로마를 출발하여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향하여 달렸다. 겨울임에도 날씨는 쾌청하고 파란 하늘 가득 태양이 눈부시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신부님은 베네딕도 성인과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 그리고 5-6세기에 발달한 정주 수도원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고, 디노님은 보충 설명을 해 주어서 신학원에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몬테카시노는 베네딕도 수도회의 총본산으로 수비아코를 떠난 베네딕도 성인이 529년경 이곳에 수도원을 세웠고, 540년경 <수도회 규칙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 수도원에 도착한 후 몬테카시노 아빠치아 성당 내에 있는 베네딕도 성인과 그의 쌍둥이 여동생 스콜라스티카의 무덤 제대로 가서 경배를 드린 후 수도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다음은 AD 79년 8월 24일 오후 1시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폼베이 시민 2만 5천명의 머리 위로 화산재와 새빨간 용암들이 쏟아져 내려 한순간에 멸망한 폼페이 유적지를 탐방하였다. 그곳에서는 현지 가이드 로물로의 안내를 받았다.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이곳에 얽힌 사연들을 설명하였다. 19세기에 들어 이곳에서 발굴된 유적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아폴로 신전, 주피터 신전 등이 있고 중앙광장 포로(상업과 정치, 경제의 중심이 되는 직사각형의 공공 광장)에는 도리아식 원주가 서 있다. 당시의 목욕탕 문화를 엿볼 수 있었고, 베티의 집처럼 호화로운 귀족들의 저택도 볼 수 있었다. 호화롭고 풍요하던 쾌락의 도시가 한순간에 화산재로 덮여 버린 참상을 보며 세상의 부와 명예, 호화로운 삶에만 희망을 두는 것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를 일깨우는 시간이 되었다. 유적지 한가운데를 쭉 따라 갔더니 커다란 원형 극장이 나왔다. 그곳에서 계속 걸어가니 폼베이 로사리오 기적 대성당이 나왔다.
로사리오 기적 대성당에 도착한 후 오후 4시에 순례 두 번째 미사를 드렸다. 이곳에서 로사리오 기적의 성인 복자 바로톨로 론고를 처음 알게 되었다. 성당 복도에는 성모님의 은총으로 치유를 받았을 때 치유 받은 부분을 석고나 금으로 만들어 서원 제물로 봉헌한 수없이 많은 보띠들이 걸려 있었다. 바로톨로 론고는 묵주기도를 전파하며 이곳에서 수없이 많은 기적 체험을 하였고 성당을 지어 성모님께 봉헌하였단다. 로사리오 기적의 성당은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였다. 제대 위쪽에 묵주기도의 성모마리아 상이 걸려 있었다. 제대 앞으로 가까이 다가앉아서 순례를 떠나오면서 가지고 온 기도를 봉헌하였다. 성지 순례를 떠나올 때는 자신의 기도 지향도 있지만 순례 여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의 기도 부탁이 더 많다. 이런저런 기도를 모아서 로사리오 성모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전구를 청하였다. 특별히 순례를 이끌고 있는 모세신부님, 디노 가이드님, 가브리엘 부장님과 이곳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의 일치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다음은 성물 판매소에 잠시 들려 로사리오 기적의 성모님 사진을 샀다. 열 두 개의 별을 머리에 이고 왕관을 쓰고 아기 예수님을 안으신 성모님 사진인데, 아기 예수님은 성 도미니코 성인에게 성모님은 카타리나 성녀에게 묵주를 내려주고 있다.
다음은 숙소가 있는 소렌토로 달렸는데 역시 길가의 정경이 아름답고 황홀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기사는 안전하게 달렸다. 방을 배정 받고 밖을 내다보니 나폴리 바다를 품에 안은 저편 야경이 우리를 환호하듯 불빛을 보낸다. 호텔도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신부님께서는 고백성사를 주셨고, 저녁 8시에 순례자들이 함께 모여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들을 나누는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누구도 조건이 갖추어져 온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일상의 바쁨 속에서 시간을 내어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눈물겹고 처절하고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순수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보시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을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마음들을 훌훌 털고 나니 어느새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하느님 안에 하나가 된 것을 느꼈고 ‘아하! 바로 이것이 하느님 나라?’ 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세 신부님께서 안식년을 맞이하여 이탈리아에 머물게 되면서 평소에 친분이 있던 분들을 초대하여 이루어진 순례이기에 다른 어느 팀보다 일치하고 동화되는 시간이 빨랐다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에서 오신 언니와 오빠들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우리의 만남에 다리를 놓아주신 신부님이 한없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