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지순례

성지순례 제6일

기도하는 어머니 2021. 3. 2. 19:00

(순례 6일) 2020/2/2 주일 오늘은 산 죠반니 로톤토를 출발하여 란치아노 성체성혈 기적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리고 로레토를 순례할 예정이다.

란치아노 성체성혈 기적성당 역시 이번 순례를 결심하는데 한 몫을 했다. 개인적으로 매일 미사 후 “성체의 기적” 앞에서 드리는 기도를 10년 이상 드리고 있었는데, 일정 중에 란치아노 기적성당 순례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하! 이번 순례는 주님께서 나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고자 모세 신부님을 통해 나를 부르셨구나!’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주님의 뜻에 맡기면서 기도를 하자 불가능해 보이는 모든 조건들이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하였다.

“이곳의 기적사화는 8세기 중엽 성 바실리오회 소속의 한 수사 신부가 미사를 드리면서 예수님께서 성체 성사에 실제로 현존하심에 대하여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 신부가 막 빵과 포도주의 변화를 위한 축성을 끝낸 순간, 갑자기 제병이 살아있는 살로 변하고 포도주의 외양이 살아있는 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놀란 신부는 이 사실을 숨길 수 없어서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들은 곧 뛰쳐나가서 이 소식을 란치아노와 인근 지방에 알리게 되었다.”(순례책자 참고)

우리는 성체성혈 기적성당에서 10시에 주일 미사를 드렸다. 오늘은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한 축일이기도 하다. 신부님께서는 강론 중에 우리의 모든 것, 몸과 마음과 영혼과 우리가 지고 있는 십자가를 모두 주님께 봉헌하자며 요한복음 6장 성체성혈에 관한 핵심 교리를 말씀해 주셨다. 신부님도 이곳에서의 미사, 특히 성체성혈기적 제대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은 특별한 은총이라며 감동하셨다. 일행들도 이곳에서의 미사에 감격하며 미사 후에는 “성체의 기적” 앞에서 드리는 기도를 합송하고 한글판 기도문을 하나씩 챙겼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55-5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 구절을 성체성혈기적 제대 앞에서 묵상하며 주님을 깊게 떠올렸다. 사제의 한 말씀으로 밀떡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이 되는 실체 변화야말로 우리가 믿어야 할 가장 큰 신앙 교리가 아닐까? 오늘의 감격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있음이 감사했고 천주교 신자가 되어 이 모든 진리를 받아들이고 믿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은총과 축복은 없다. 세상의 재물과 명예, 부귀영화가 다 주어진다고 해도 살아계신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은총에 비견할 수는 없다. 이곳에서도 기도할 시간이 주어져 성체성혈기적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묵주기도를 하며 침묵 가운데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음은 로레토로 이동하였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디노님이 로레토 대성당과 성모님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전설에 따르면 1291년 산타카사(성모 마리아의 신성한 집)가 투르크인에게 파괴당할 위협을 느끼자 천사들이 나자렛에 있는 산타카사를 달마티아의 테르사토(현재 크로아티아 중부)에 있는 언덕에 옮겨 놓았는데 성모 마리아가 보이고 기적 치유가 일어났다고 한다. 1294년 산타카사는 천사들에 의해 아드리아 해를 건너 레카나티 근처에 있는 월계수 숲으로 옮겨졌으며, 1296년 다시 현재의 장소로 옮겨졌다고 한다. 로레토라는 이름은 월계수 숲을 뜻하는 라우레툼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성지에 도착하자 성지 마당에 요한 23세 청동상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람한 체형의 교황님!! 얼굴 모습도 한없이 인자하고 친근하다.

성상 앞에서 순례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입장하는데 예상 밖의 은총이 주어진다. 로레토 성모님이 비행조종사들의 주보성인으로 설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입장료가 무료였고, 전대사가 주어졌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산타카사’를 중심으로 바깥 원주를 돌아가며 각 나라별로 채플이 만들어졌는데 국가별로 경쟁하듯이 웅장하고 독특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미국 등 각 나라마다 특징을 살려 체플을 꾸미고 있다. 이곳에 입장하여 잠시 묵상하고 기도만 하여도 전대사라니? 복이 넝쿨째 굴러온다. 관람 후 성물방에 들려 로레토 성모님상을 여러 개 샀다. 이날 대녀들과 미적거리다 약속 시간을 놓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모임 장소를 잘못 알고 다시 성물방으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다.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저녁에는 로레토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로레토에서의 축복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성모님과 관련된 성지에서 상상 그 이상의 축복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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