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느님, 사랑합니다!

기도하는 어머니 2020. 4. 5. 10:00


자매님! 저희랑 이탈리아 성인들을 찾아서 떠나는 순례에 함께 하지 않으실래요?”

모세 신부님께서 주신 문자 메시지는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한참을 망설였다.

 

주님의 뜻이라면 가능한 일이니 기도해 보겠습니다.”라고 간단한 답을 드렸다.

 

기도가 깊어질수록 주님의 뜻임을 알게 되었다. 주님께서는 복잡하고 불가능했던 상황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주시고 성인들을 찾아서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순례 첫 일정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요한채플에서 첫 미사를 드린 후 바오로 6세홀에서 교황님을 알현하고 강복을 받았다. 로마와 몬테카시노, 폼베이 로사리오 성당과 쏘렌토 일정이 기적처럼 이루어지면서 모두 한마음이 되어갔다.

 

5일째 되는 날, 쏘렌토에서 산죠반니까지 네 시간 버스를 타고 달렸다. 오상의 비오신부님은 20년 전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성인을 공경하게 되었으며 기회가 되면 산죠반니 로톤도에 가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열망이 꿈이 되었고, 꿈이 실현되어 지금 성인을 뵈러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해발 566m 고지에 형성된 산죠반니는 주님의 품에 안겨 있는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통을 더는 집과 성인이 주로 머물면서 미사를 드리고 고백성사를 주었던 성당을 중심으로 마을이 고즈넉이 펼쳐져 있다. 비오 신부님 영성센터에 여장을 풀고 점심식사 후 기념관을 둘러보고 신부님이 평생 미사를 드리고 고백성사를 주었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new church로 건너가 오상을 받은 가대와 성인의 무덤과 유품들을 살펴보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기대하였던 순례가 단 한 번의 미사와 유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 날 새벽 성인과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서 길을 나섰다. 성인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지금까지의 삶을 고백하며, 이끌어주신 모든 은총에 감사드리며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말씀드리고 잠시 주님 안에 머물렀다.

 

딸아, 아주 잘 왔구나. 사랑하고 축복한다. 이번 순례일정에 주 성모님과 성인들이 동행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상상 이상의 은총과 축복이 내려질 것이다. 성인이 되어라. 거룩한 삶을 살아라. 매일미사와 영성체, 성경말씀과 기도로 영혼을 가꾸어라. 일상의 소소한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성실하게 임할 때 천국은 너의 것이다. 네게 닥치는 십자가를 모두 기쁘게 끌어안아라.” 말없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렀다.

 

성인이 주신 말씀을 간직하며 630분 현지미사를 드리고 성당을 나섰다. 이때 동편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은 성체의 형상으로 영혼 깊은 곳까지 쏟아져 내렸다. 찬미와 감사에 넘쳐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느님, 사랑합니다.”를 마음껏 외쳤다.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아 내려올 때 모세 성인의 감정이 이러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