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신학(12주간 묵상)

나의 삶을 흔들어 대는 돈과 재물의 유혹(22)

기도하는 어머니 2018. 7. 20. 15:54

12주간의 묵상

 

4주간 넷째 날 (7.19.연중 제15주간 금요일) : 로마 7,13-25

 

본문 : 율법과 죄와 죽음

13 그렇다면 그 선한 것(율법)이 나에게는 죽음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죄가 그 선한 것을 통하여 나에게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죄가 죄로 드러나게, 죄가 계명을 통하여 철저히 죄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14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율법은 영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육적인 존재, 죄의 종으로 팔린 몸입니다.

15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

16 그런데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한다면, 이는 율법이 좋다는 사실을 내가 인정하는 것입니다.

17 그렇다면 이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입니다.

18 사실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19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20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23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나 자신이 이성으로는 하느님의 법을 섬기지만, 육으로는 죄의 법을 섬깁니다.

 

나의 삶을 흔들어 대는 돈과 재물의 유혹(22)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로마, 7,19)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로마 7,24)

 

오늘 묵상의 실마리는 돈이다. 아주 어렸을 때, 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추석이나 설날 때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어른들은 귀엽다고 돈을 주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랐다. 돈 쓸데가 없으니 돈이 생기면 무조건 어머니에게 드렸다. 내 동생은 돈이 생기면 혼자서 어디엔가 숨겨놓곤 하였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어머니는 돈이 많이 모이면 나중에 예쁜 옷을 사준다고 하였다. 그래서 돈이 보이면 언제나 어머니께 지체 없이 모두 드렸다. 점점 커가면서 돈을 모아 어머니께 드리는 것이 자랑스러워졌다. 시간이 될 때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면서 지네 잡기, 삼마 캐기를 해서 돈이 모이면 모두 어머니께 드렸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해녀상군이 되고 싶었다. 해녀상군이 되면 육지에 나가서 물질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물질을 포기 하였다.

 

물질하지 않고 선생님이 되려면 대학에 가야하고 대학에 가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였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며 8남매를 키워야하니 돈 쓸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집에는 늘 돈이 없었다. 밭은 여러 개 있었지만 그것을 팔아서 써버리면 소득이 없어져서, 식구들 입에 풀칠할 것마저 잃게 되니 어떤 경우에도 땅은 팔지 않았고 땅을 살 기회가 되면 빚을 내서라도 땅을 샀다.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비가 없었다. 입학금 39,000원을 이웃에게 빌려 겨우 등록하였다. 입학 후에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줄 곳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하루에 세 팀, 아침에는 고등학생, 이른 저녁에는 초등학생, 늦은 저녁에는 중학생을 가르쳤다. 당시 한 명을 가르치면 보통 2만원에서 3만원을 받았다. 그 돈을 모아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였고, 집에 갈 때는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서 갈 수 있었다.

 

대학 1학년 겨울 방학 때 욕심을 내었다. 대섬(죽도) 물질하러 가는 이모를 따라가면 신학기 학비와 방세와 생활비를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물질을 본격적으로 해 본적은 없지만 무조건 따라가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제주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마산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오후 늦게 배를 타고 대섬에 도착하여 선주 집을 찾아 갔다. 하루 종일 굶은 배가 얼마나 밥 달라고 요동치는지 밥을 보는 순간 침이 꿀떡 넘어갔다. 선주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해녀들이 함께 기거할 방을 찾아갔다. 한 방에 세 명씩 잘 수 있었고, 낮에는 물질을 해야 한다.

 

대섬에 도착한 다음날 이모와 이모 친구들과 함께 선주가 운행하는 배를 타고 성게를 잡으러 나갔다. 바다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자맥질을 하여 태왁 망사리 가득 성게를 채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밤늦게까지 성게를 까서 알맹이를 모아야 한다. 알맹이 무게에 따라 값이 주어진다. 그렇게 하여 하루 일을 하고 다음 날부터 아프기 시작하였다. 작은 칼로 성게를 까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난 작업이 서툴러서 열 손가락에 모두 성게 가시가 박혀 세수할 적마다 얼굴이 긁혔다. 며칠 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불덩이가 되어 오한이 생기면서 끙끙 앓았다. 계속해서 해녀들은 해초 작업을 나갔지만 나는 나갈 수가 없었다. 빈 방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끙끙 앓았지만 거들떠보는 사람도 없었고 무료하기 그지없다. 눈물이 저절로 낫다.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여 해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해녀들은 작업을 하는데 나는 선주와 배에서 해녀들이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갑판 위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데 찢어진 신문 조각에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글자가 보였다. 근면은 백인의 스승보다 낫다.” 그 문장이 하루 종일 가슴에 새겨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물질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 물질하고 작업도 못하고 몸의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 이모가 이곳에서는 약도 쓸 수가 없고 병원에도 갈 수가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돈을 벌기는커녕 며칠 간 고생만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물질은 못하였지만 갑판 위에서 읽었던 근면은 백인의 스승보다 낫다.”라는 교훈을 가슴에 품고 왔다. 대학 4년 동안 가난 하면서도 긍지를 갖고 자신감 있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가슴깊이 새겨 있는 근면이란 스승 때문이다. 여대생이 날마다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남학생들이 비웃기까지 하였지만 나는 당당하였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웃음이 나온다.

 

스물여섯 정월에 삼성에 입사한 신랑과 중학교 교사인 신부가 결혼하여 상경하였다. 돈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이 사글셋방에 살면서 하루 속히 돈을 모아 전셋집을 구하고 큰돈이 모이면 집을 장만하려고 알뜰살뜰 근검절약하였다. 둘이서 받는 월급 중 무조건 한 사람 분은 곗돈을 부었다. 식품비를 아끼려고 주말에는 용산 농수산 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경동시장을 누비고 다니며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늘 머리에는 보따리를 이고 다녔다.

 

결혼 5년 만에 광명시에 허름한 단독주택을 매입하여 개축한 것도 돈을 벌려는 마음 때문이다. 낡은 집을 구매하여 새로 개축하고 매매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노력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집을 한 번 고치고 난 후, 나는 병마와 싸워야 했다. 심장병, 악성빈혈, 온 몸에 가려움증, 요통, 치질, 후두결절 등 뜻하지 않은 병마가 찾아 왔다. 둘째를 낳고 몸조리도 못한 상태에서 가정과 일을 병행하다보니 산후풍이 생겼다. 비가 오려면 삭신이 쑤시면서 뼈가 오들거리고 온 몸이 방바닥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팠다.

 

돈은 우리와 인연이 없었다. 남편도 삼성 생명에 그대로 다녔으면 여유가 있었을 터인데, 공부하여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고, 많은 식구의 생계가 나의 수입에만 의존하였다. 시동생들은 대학생, 남편은 대학원생, 아이들은 올망졸망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월급날이 가까워지면 통장에 돈이 한 푼도 없어서 끼니 걱정하는 날도 많았다. 얼마나 궁색하고 궁핍하였던지 돈이 있으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았다.

 

이러한 나의 약점을 악마는 잘 알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으로 나를 유혹하여 마음과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 여고 근무시절 많은 선생님들이 가진 돈을 쏟아 부어 증권에 투자하였다. 난 그럴 돈이 없었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하면 된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만 실험삼아 해보라고 조언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하루는 생각 끝에 다른 사람도 모두 하는데 나도 한 번 용기를 내어보자며 은행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은행으로 가는 도중에 가슴 깊은 곳에서 당장 포기하여라. 너는 지금 위험한 일을 시도하고 있다. 너에게 불로소득은 없다.” 라고 하는 말씀이 울려 나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번은 미국에서 오랜만에 온 친구가 암웨이 다단계 사업이 미국에서 출범한 세계적 기업인데 부업삼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판매를 하면 부수입이 생길 수 있다며 사업 설명을 들으러 가자고 보채었다. 거절할 사이가 아니어서 따라갔다. 많은 분들이 사업설명을 들으러 왔다. 나도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듣고 있으니 그럴 듯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교구 철야기도에 갔다. 마음속에는 암웨이 사업에 관한 생각이 가득하였다. 그날은 도대체 기도가 되지 않았다. 마음이 뜨거워지지도 않고 통회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멍한 상태가 계속 되었다. 그래서 주님 오늘은 기도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죠? 하고 여쭈었다. 그런데 즉시 너는 지금 머릿속에 돈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너는 재물과 하느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는 말씀이 올라오는 것이다. 삽시간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돈 마귀가 다시 나의 허점을 노리고 기도를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동안 가졌던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하느님을 선택하겠노라며 통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도 주님 덕분에 재물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나약하여 유혹에 빠질 때마다 주님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주었다.

 

남편은 삼성생명에 사표를 낸 후 대동상고 교사를 하다가 큰 딸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서울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하였다. 그의 꿈은 대학교수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고생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으니 인내하며 기다리라고 하였다. 남편은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학구열이 대단하였다. 서울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바로 고려대 박사과정에 등록하였다. 그런데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마지막 학기에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여 걷을 수도 앉을 수도 없게 되었다. 우선 몸을 돌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3년간 직장생활은 물론 일상생활도 힘이 들었다. 이곳저곳 용하다는 침술원에 다니면서 침을 맞고 뜸을 뜨고 노력을 했지만 몸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수지침을 배워서 자가 치료를 3년 이상하더니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남편이 꾸었던 대학교수의 꿈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고통 중에 남편은 하느님을 만났다. 허리가 아파서 통증이 올 때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 아픔이 멈추었다. 자신의 비참함을 느끼게 되자 서서히 하느님을 찾기 시작하였다. 인생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다.

 

2000년 시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 동서는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하이리빙 다단계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함께 하리리빙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사업 전망이 좋고 열심히 하면 수익성이 좋다고 설득하였다. 난 이전의 경험들이 있어서 돈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며 오직 나에게 맡겨진 교직의 길을 충실히 가겠다고 말하였다. 동서는 내가 평생 가난하게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아주버님이라도 이 사업에 함께 하자고 졸랐지만 남편도 함께 할 수 없다고 뿌리쳤다. 그 일로 동서와의 좋았던 관계도 소원해졌다. 결국 동서도 그 사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많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은행 대출은 늘어만 갔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제적인 압박은 더욱 심하여졌다. 돈에 대한 궁색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재태크에 강한 동료가 다가와 말하였다. 서울 재 계발 지역의 빌라를 사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면 서울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고 나중에 그것을 매도하면 차액이 크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솔깃하고 그럴 듯하였다. 남편을 설득하였다. 남편은 무리수가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그렇게 원하니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투자해 보라고 하였다. 열심히 기도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이런 기회를 통하여 가난에서 벗어날 방법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사탄의 교묘한 유혹이었다. ()이 나(하와)를 유혹했고 남편(아담)에게도 공조하도록 하였다.

 

아파트 담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추가 대출을 받았다. 대출 이자가 걱정이 되었지만 몇 년 만 참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2005년 여름에 아들 명의로 계발지역의 빌라를 하나 마련하였다. 5년 동안 은행 대출이자를 갚으며 아이들 대학교육까지 시켜야 했으니 생활은 더욱 어려웠다. 분양권을 가지고 2010SH공사에서 신정동 지은 아파트 1층이 당첨이 되었다. 여기에도 추가 분담금이 있어서 대출을 또 받아야 했다. 은행 대출은 35천만 원으로 불어났다. 월급 받아서 대출이자 갚고 생활하자니 너무나 어려웠다. 아이들 대학 입학금 및 등록금은 무조건 교원공제회에서 무이자 대출을 받아야 했다. 이리저리 자꾸만 빚더미가 불어났다.

 

신정동 아파트가 분양되었는데 1층이어서 전세가 나가지 않았다. 전세가 빨리 나가야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데,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내가 조르고 한 일이니 남편에게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해 여름 내내 눈물을 흘리며 안양에서 신정동을 나들며 직접 아파트 입주 청소를 하면서 전세가 나가기를 기도하였다. 나의 탐욕으로 저지른 일이 분명하니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불로 소득을 원하면 안 된다고 금령을 내렸지만 뱀의 유혹에 넘어가 휘청거리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눈물로 회개하며 용서를 청하였다. 울고불고 부르짖는 모습이 딱하였는지 그해 9월 말에 전세가 나갔고, 대출금의 일부를 갚게 되었다. 재물에 대한 탐욕이 잉태하여 고통을 낳게 된 것이다. 이 일로 돈에 대한 유혹이 뿌리가 어느 정도 뽑혔다.

 

2013년 남편은 자신의 임종을 앞두고 많은 빚을 남겨놓고 하늘나라에 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였다. 그는 뼈를 깎는 고통 중에도 가족들을 걱정하고 나를 위로하였다. 나는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퇴임하면 빚을 다 갚게 될 터이니 마음 놓으세요.” 라고 말하였다. 남편이 돌아가고 난 후 1년이 조금 지났을 때 그 많았던 빚을 다 갚게 되었다. 평생 짐이었던 대출금을 갚게 되다니 정말 기적이고 신비로운 일이었다. 퇴직금과 명퇴금, 시어머님께서 부쳐준 돈, 장례비용에서 남은 것과 보험금에서 병원비를 치루고 남은 것을 합하여 한꺼번에 25천이 되는 대출금을 다 갚게 되었다. 대출금 제로를 만들고 은행을 빠져나오던 날 너무나 기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말고 펑펑 울었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 은행 대출금 다 갚았어요. 이제는 편안하게 지내세요. 주님과 당신이 도와준 거예요.” 이렇게 빚 정리를 하고 나니 현금은 가진 것은 없지만 너무나 마음이 기쁘고 홀가분하였다. 다달이 연금을 받고 있으니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

 

돈에 대한 유혹은 끈질기다. 한 달 전이다. 미장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동료를 만났다. 나의 근황을 묻더니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무슨 일을 새롭게 시도하는데 전망이 좋다며 설득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 주었다. 관련된 문자를 줄 터이니 한 번 도전하라고 한다. 마음에 동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말꼬리를 자를 수가 없어 끝까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님께서 그 길은 네가 갈 길이 아니다. 마음에 두지 마라.” 라고 하신다. 문자가 왔을 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가르쳐주신 것이다. 며칠 후에 장황한 문자가 왔다. 그 길은 제가 갈 길이 아닙니다. 저는 오직 주님의 길을 가겠습니다.”하고 짧은 답신을 보냈다. 마음이 가벼웠다.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다.

 

주님은 오히려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라고 한다. 그러나 있는 것을 팔아서 가난한 자에게 주기에는 아직 영성이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매월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이웃과 나누고 있다. 후원하는 곳도 늘었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기꺼이 봉헌하며 살고 있다. 맘몬은 한평생 내 마음을 흔들고 지배하였던 가장 큰 유혹자였다. 그와의 전쟁은 이렇게 끝났다.

 

나는 과연 재물의 유혹에 흔들렸던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물욕)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맘몬의 유혹에서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주님만이 나의 주인이십니다.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나의 자녀들이여! (엄마의 유언) 맘몬의 유혹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불로소득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근검절약하고 성실하게 살면 그것이 곧 하느님이 기뻐하는 삶이다.

하느님을 섬기고 주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위해 자선을 베풀 줄 아는 선한 사람이 되기 바란다.

아마도 천국에 계신 너의 아버지께서도 엄마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