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에게 들려주는 준표 아빠 이야기
준표야!
넌 지구별 여행 336일째(12월 27일) 하고 있다.
할머니는 성탄절 연휴를 잘 보내고 왔다. 지난 금요일(23일)부터 어제(26일)까지 나흘 동안 푹 쉬면서 온천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올 만에 휴가를 즐겼다. 할머니가 한 달에 3일 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너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덕분이란다. 바쁘신데도 짬을 내어 도와주니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사랑하고 공경해드려야한다.
준표 가브리엘아~~
이번 성탄은 그 어느 때보다 내겐 더욱 큰 은총과 축복이었다. 너를 1년 동안 키우면서 생명의 신비,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는 하느님의 손길, 임마누엘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세주 예수님도 동정녀 마리아께 성령으로 잉태되어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탄생하여 말구유에 누우셨지만 매순간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가며 태아기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보냈음을, 하느님도 인간의 돌보심이 없었다면 성인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도 깨닫게 되었다.
나흘이 지난 후 돌아 와 보니 너는 또 훌쩍 컸구나.
잠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어린이의 속성에 다시금 놀라고 있다.
조금 전에는 과자 먹을래? 했더니 급히 과자가 놓인 선반 쪽으로 기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TV를 켜라고 하면 리모컨을 누르고, 목욕하자면 욕실로 기어가고, 책을 읽어준다면 책꽂이를 쳐다보고, 말은 잘 못해도 모든 것을 알아 듣고 소통하고 있다.
으~응~~ 아~아~~ 떼~~떼~~ 얌얌 ~~등
한단어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암튼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호기심과 집중력, 주의력, 관찰력이 뛰어나다. 모든 병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책 읽어 주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을 좋아하고, 놀다가도 TV 광고방송이 나오면 귀기울이고, 특히 할머니 안경, 묵주, 스마트폰을 좋아해서 내가 이것들을 붙잡고 있으면 무조건 빼앗곤 한다.
며칠 전에는 신의진 박사의 "아이심리 백과" 를 읽었는데 네가 모든 면에서 정상 발달을 하고 있음을 알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애착형성, 식습관, 타인에 대한 관심 등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발달이 월령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다. 먹는 것, 노는 것, 자는 것, 배설하는 것 등등 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아이 기질을 모두 갖고 있어 이쁘고 사랑스럽다.
오늘은 12월 27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이다. 너의 아버지 영명축일이다. 요한 사도는 하느님의 사랑을 영성적으로 가장 잘 이해했던,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제자로 알려진 분이다. 난 예수님을 알고난 후 열 두 사도 중에 요한 사도를 무척 사랑 했다. 순수한 사랑과 열정, 순명과 영성적 지혜가 각별했고,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후 성모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사신 분이다. 그래서 할머니 마리아를 끝까지 모시고 살아줄 외아들에게 사도 요한이란 세례명을 지어주었다.
요한사도는 요한복음, 요한 1,2,3서와 요한 묵시록을 남겨서 그리스도의 신앙을 완성하셨다.
너를 키우면서 너의 아빠의 기질을 새롭게 인지하고 있다. 너의 아빠도 어렸을 때 눈이 똘망똘망하여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이를 유심히 쳐다보면서 영특하다고 뭣이 되든 크게 되겠다고 덕담을 하곤했다. 특히 호기심, 관찰력,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 등 어렸을 적에 집에 있는 라디오, 전축, 후레쉬 , 컴퓨터 등을 직접 뜯고 재조합하고~~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고 재주를 부렸다. 블럭 쌓기를 좋아해서 하루 종일 블럭을 쌓고 부수고 새롭게 지으면서 놀던 것들이 생각 난다.
난 장난이 너무 심하다면서 좋은 장점들을 칭찬하지 못하고 야단쳤던 기억들이 떠 올라 미안하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또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는데도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것을 핑게로 자전거를 사주지 않자 자신이 모은 세뱃돈을 은행에서 찾아서 자전거를 샀다가 할아버지에게 야단을 호되게 맞기도 했다. 그렇게 귀한 자전거를 얼마 타보지도 못하고 누군가 훔쳐가서 얼마나 서글퍼 했는지 그때 생각이 너무나 선명하다.
준표야~~
그래도 너의 아버지가 어릴적 호기심과 관찰력, 창의력을 발전시켜 지금은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고 곧 박사학위를 받아서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가 될 것을 믿는다.
너의 아빠가 장가를 들고 너를 낳고 많이 달라졌다.
"내 아들, 내 아들~~ " 부르며 기특하고 신기하다며 흐뭇해 하고, 너의 엄마도 너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지극하고 아름다운지 " 아이고 귀여운 내 새끼~~ 너와 같은 귀염둥이가 어떻게 내 속에서 나왔지? 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들이다." 라고 하는 모습을 엿보면서 사람은 아이를 낳고 길러야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준표 가브리엘아~~
2016년 한 해가 다 저물어간다. 올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너, 준표" 란다.
늘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과 사랑을 일깨워 주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2016년 자비의 대희년에 베풀어주신 무한한 은총과 축복에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더욱 큰 희망과 꿈을 갖고 힘차게 살아가자.
2017년에도 우리를 이끌어가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믿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연초부터 할아버지 제사(1월 6일), 증조할아버지 제사(1월 15일), 준표 첫돌 잔치(1월21일), 설(1월28일) 등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브리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별 여행 13개월(2월23일) (0) | 2017.05.13 |
---|---|
준표 돌잔치(2017년 1월 21일) (0) | 2017.05.13 |
준표성장기 317일(2016년12월8일) (0) | 2017.05.13 |
준표성장기 304일째(2016년11월25일) (0) | 2017.05.13 |
준표와 함께 한 2016년 가을 (0) | 2017.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