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에게 들려 주는 할머니 이야기
준표야!
넌 지구별 여행 304일째(11월 25일) 하고 있다.
요즘 넌 너무나 많이 컸다. 10개월의 너는(키가 79센티, 몸무게가 10.8킬로 보통 15개월의 평균 몸무게와 키)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싸고 네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할머니와 소통하고 내가 하는 것을 따라 하고, 내 이야기를 알아 듣고, 혼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시간도 길어졌다. 덕분에 네가 입을 털 조끼를 두 개나 뜰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유식 만들 때 불린 쌀을 맷돌에 갈지 않고 그냥 넣고 있다. 치아가 아래 위 네개씩 여덟 개가 나와서 저작 운동을 곧잘하고 있다. 무엇이든 잘 먹어서 고맙다. 너는 건강하고, 호기심, 주의력, 집중력, 관찰력이 뛰어나다. 너는 참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단다.
오늘은 음력 10월 26일 할머니의 예순 두 번째 생일이다. 아침에 너희 엄마와 아빠가 차려 준 생일 상을 받았다. 왠지 눈물이 팍 솟구쳤다. 미역국만 끓일 것이라 생각하고 집에서 잡채를 만들어 왔는데 미역국, 잡채, 연어샐러드, 불고기,오징어와 브로콜리 초무침까지 만들어서 깜짝 놀랐다. 아무튼 손수 만들어서 차린 밥상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너로 인하여 나를 향한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기회에 우리 며느리와 아들 칭찬하고 싶다. 참 고맙다. 사랑한다.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라.
오늘은 내 이야기를 네게 들려주고 싶다.
아빠와 고모들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숨은 이야기들~~ 할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늘 나라에 돌아가도 넌 기억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사실 내 인생에서 누구 한 사람에게 이처럼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다해 몰빵 사랑을 주었던 기억이 없으니까~~
1. 출생 : 할머니는 음력 1955년 10월 26일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굴동에서, 아버지 이재화와 어머니 김옥자의 맏딸로 태어났다. 바로 밑에 여동생 정자를 낳을 때까지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 부모님이 내 나이 여섯 살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이혼을 했다. 부모님 이혼이 내겐 가장 큰 상처로 기억된다. 그 후 부모님은 각각 재혼하여 동생들을 낳아 주었다. 아버지쪽에 육남매, 어머니쪽에 사남매, 그래서 모두 십이남매가 되었다. 세월이 약이 되어 상처는 치유가 되었고, 지금은 양쪽 12남매가 모두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다.
2. 학력 : 제주도에서 하도 초등학교, 세화중학교, 세화고등학교, 제주대학을 졸업했고 교직생활을 하면서 안양대학교 대학원, 중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가정교육, 컴퓨터교육, 교육행정경영 전공)
3.경력 : 대학 졸업 후 바로 교직생활을 했는데 제주에서 2년, 경기도에서 35년간 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고, 학교장이 되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아서 수석교사로 명예퇴직을 하였다. 덕분에 연금 소득자가 되어 노후 걱정없이 살고 있다.
4.결혼생활 : 80년 스물 여섯에 너희 할아버지(28세)와 제주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80년에 서울에 올라 와서 지금까지 살고있다. 서울 방배동에서 큰고모와 너희 아빠를 낳았고, 광명으로 이사 해서 막내 고모를 낳았다. 서울 방배동에서 만 5년을 살았고 광명에서 10년, 그후엔 줄곳 안양에서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안양을 좋아했다. 주변에 산이 많고 도시가 안정되었다며 안양 김씨의 시조가 되고 싶다고 하였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정신적으로 신앙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많은 형제들과 화목하게 살았고 자녀교육에 신경을 썼으며 무엇보다 자녀들을 신앙으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5. 신앙생활 : 난 어려서부터 불교집안에서 자라나서자연스럽게 불교인으로 성장하였고 대학교 2학년까지 불교에 심취하였다. 대학교 2학년 때 삶의 위기를 맞으며 개신교 세례를 받아서 결혼 후 서울에 와서 지원이고모를 낳을 때까지 개신교 신앙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큰고모 일곱살, 너의 아빠 다섯살, 지원고모 한살일 때 천주교로 개종하였고, 다음 해에 할아버지가 천주교 신앙을 받아 들이면서 온가족이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현재 가족 세례자 너를 포함하여 31명이다.
6. 인격과 성품 : 나는 겸손하고 온유하며, 정직하고 성실하다. 매사 긍정적이고 영적이다. 모든 이와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고 불쌍한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크다. 날마다 진실하게 살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기도를 통해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며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삶을 살고자 한다.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멈출지라도 미사성제를 통한 영성체와 말씀듣기를 멈출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천국을 살다가 천상낙원에 가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다.
7. 손자 양육 : 할아버지 선종은 이미 네게 이야기를 해서 생략하고, 할아버지 선종 후 너의 출생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너를 양육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고 성숙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네가 이해하려면 세월이 한참 흘러야겠지만 너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새롭게 체험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 비전이 생겼단다. 그래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8. 나의 버킷 리스트
. 매일 미사 1만번 봉헌(현재 6000번 이상 봉헌)
. 한국천주교 성지순례 완주(111곳 성지순례 함)
. 신구약 성서 완필(2018년까지)
.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발현지 순례
.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다시 순례
. 75세까지 교회 봉사하기(기도회, 레지오)
. 하상신학원 복학하여 선교사 자격증 받기
. 예루살렘 성지순례하기(2018년 1월)
. 주석성경 신구약 완독하기
. 장기기증서약 및 유니세프 아동돕기 시작
. 건강과 힘이 주어지는 한 봉사 생활하기
이렇듯 많은 비전을 세우고 하루하루 천국의 삶을 너와 함께 살고 있으니 날마다 기쁨이 넘치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너를 키우고 너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이곳이 나의 갈릴래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네가 잠든 동안에 주석성경을 조금씩 읽어서 모세오경과 역사서를 읽었고 오늘부터는 욥기를 읽게 된다. 서원동 성당에서 9월 첫주부터 시작한 성경인문학 강의도 한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자비의 대희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 준표 가브리엘!
할머니 마리아의 버킷 리스트가 하나하나가 달성되도록 천사가 되어 도와주리라 믿는다. 나도 너의 방문을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너를 위해 한평생 기도하는 성모마리아가 되어줄 것이다.
준표야! 요즘 우리나라가 매우 혼란스럽고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정의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르짖는 촛불은 새로운 희망의 닻을 올리게 될 것이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강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11월 19일 토요일에는 엄마 아빠 품에 안겨 광화문 촛불 시위에도 갔던 것이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제 몫을 한 준표 대견하다. 우리나라는 강소국 즉 작지만 강한나라가 될 것이다. 단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섭리에 순종하며 믿음을 잃지 않을 때 말이다. 전국민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해 우리 날마다 함께 기도하자. 오늘도 네가 고요히 자는 모습 안에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본다. 준표야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 지금처럼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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