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

세족례(발 씻김 예절)

기도하는 어머니 2015. 4. 3. 09:33

성목요일 주님만찬미사에서 세족례 대상자가 되었다.

평신도 단체 협의 회장님께서 이번에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장들이 세족례 대상자가 되었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가볍게 ‘예, 알겠습니다.’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사순이 깊어지고 성주간이 지나 주님 만찬 미사 날이 다가오자 두려움이 생겼다.

주님께서 저의 발을 씻기시다니요?

그럴 자격이 없는 몸입니다. 나약한 죄인입니다. 부끄럽습니다.

봉사를 통해 진정 주님께 도움을 드리기는 했는가?

혹시 교만이나 이기심으로 나를 내세우지는 않았는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드디어 세족례 시간이 돌아왔다.

대상자 24명이 정해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강론은 발 씻김이 성찬례 못지않은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우리의 발을 씻겨 주었듯이 우리도 서로 발을 씻겨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발을 씻겨 줌은 건너감 파스카의 의미와 같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이기심에서 자비심으로

세속적인 것에서 천상적인 것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 가야함을

아니 다른 이들도 그렇게 건너갈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가르쳐주셨다.

드디어 주임 사제께서 내 발을 물로 씻기 시작하였다.

힘주어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부드럽고 따뜻하게……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내 의식 속에 누군가 나의 발을 씻겨주었던 기억이 없다.

물론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늘 씻기고 닦아주었을 것은 확실하지만

주님께서 내가 걸어왔던 60년의 생애

잘못된 발자국을 기억하시고

죄악과 허물과 욕심과 탐욕과 투정과 원망과 사욕을 씻겨 내시는 것이다.

다시는 주님의 길이 아닌 곳에는 가지도 말고 머물지도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주님의 뜻과 영광을 위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라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가슴이 뭉클하고 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주님! 친히 주님께서 제 발을 씻어주시다니요?

성당 다닌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일입니다.

주님 열심히 살겠습니다. 주님만 바라보겠습니다. 주님의 뜻을 채워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영원한 사랑 나의 주님 나의 예수님!!

저를 위한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받아드립니다.

그리고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사랑을 실천해보겠습니다.

주님이 나를 사랑하셨듯이 나도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