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느님 자비의 축일이다. 엊그제 금요일 저녁 교구 밤샘기도회에 참석하였고, 어제는 현 교장 막내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저녁에는 아들과 며느리, 사돈어른들을 아들 집에서 만나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 나누고 밤늦게 돌아왔다. 늘 바쁘고 힘이 들지만 오늘 아침 남양성지 하느님 자비 축일 기념행사에는 꼭 가고 싶었다. 아네스, 데레사, 마리아에게 연락했지만 다들 갈 수 없다고 하여 그냥 혼자 길을 나섰다. 하늘의 모든 성인들, 성녀들, 사도들, 성모님과 요셉 성인과 함께 길을 떠났다. 성지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차량이 와 있었다. 우선 입구에서 성모님께 촛불을 봉헌하고 예수님의 자비상 앞에서 기도하고 요셉 성인에게 기도하고 비오신부님, 마더데레사 수녀님,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과 비오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며 안수를 받았다. 10시에 이상각 신부님과 많은 신자들과 함께 영광의 신비 5단을 봉헌하며 묵주기도의 길을 걸어 남양성모님 앞에까지 갔다. 그곳에서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기도를 올린다음 11시부터 시작되는 자비주일 미사에 참례하였다. 신자들은 경당 안을 꽉 메웠고, 자리가 부족하여 제단 위에까지 신자들이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신부님은 파우스티나 수녀님께 나타나셨던 자비의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주님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피에 대한 말씀과 자비로운 삶이란 말로써 자비를 베풀고, 기도로서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가족을 위한 기도는 물론 남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함을 말씀하셨다. 난 미사 중에 하느님께서 울려주시는 어떤 울림! 거부할 수 없는 음성을 들었다.
주님 : “마리아야 성인이 되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라.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마리아 : 주님 저와 같은 죄인이 어떻게 감히 성인의 길을 가겠습니까?
주님 : 만일 네가 성인이 되지 않는다면 너는 나와 무관하다.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신뢰하여라. 많은 형제자매들이 도와 줄 것이다. 거역할 수 없는 근엄한 목소리에 난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영성체 시간이 되어 성체를 모시고 돌아오는데 성지 왼쪽 벽면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교황님의 눈빛이 나를 응시하며 ‘성인이 되어라’하는 말씀과 함께 용기를 주셨다. 마치 살아 있는 성인처럼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미사 후에는 성체거동이 있었다. 하느님의 자비 동산까지 성체 행렬을 하는데 “성인이 되어라”하는 하느님의 음성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자비의 기도를 봉헌하며 자비의 동산까지 가서 합동으로 기도를 하고 개인 기도도 했다. 신부님께서는 정성스럽게 성체강복을 해주셨다. 그곳에서 교황님, 파우스티나 성녀님, 피에타 성모님께 깊은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성인이 되어라 성인이 되어야한다”하는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은 공명처럼 내 마음과 영혼과 심령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난 나의 생애 동안 하느님의 음성을 몇 번 들었던 기억을 회상하였다.
첫 번째는 내가 대학교 2학년 스물 두 살 때 대학을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남동생(두 번째 아들 아버지는 삼대 독자였고 부모님은 아들이 태어나자 너무나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난 그해 겨울 방학동안 시골에서 어머니 산바라지를 하면 등록금을 내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고향 집에서 겨울 농사를 돌보며 어머니 산가를 도왔다.)이 태어났는데 7일 만에 파상풍으로 돌아가면서 부모님은 식음을 전폐하고 나의 등록금은 걱정하지 않았다.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하자 100원 동전 한 닢을 던져주며 이것이나 가져라 하고 냉정하게 내침을 받았을 때 난 더 이상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고 죽을 각오를 하였다. 유서를 써놓고 자그만 짐들을 전부 정리하고 서부두로 향했다.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그런데 무작정 길을 가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조그만 교회였음을 알고 소스라쳤다. 그때까지 난 교회에 다녀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룸비니 학생회 총무를 하면서 불교에 심취했었다. 나도 모르게 들어가게 된 작은 교회 그곳 나무 십자가에서 들려오던 네 글자 “죽지마라” 그 음성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공명처럼 나의 귀를 떠나지 않았고 마음속에 각인되면서 난 더 이상 죽음을 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학업을 계속하고 교직생활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인생살이 고비고비 커다란 아픔과 고통이 있을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두 번째는 결혼 후 6년이 지나갈 무렵 1987년 7월 29일이었다. 개신교 신자로서 결혼을 하였지만 아무도 나의 신앙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교회 다니는 것 때문에 신혼초부터 난 외톨이처럼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며느리였고 딸이었다. 그렇지만 혼자서도 굳굳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막내 지원이가 태어난 후 아이가 심각하게 아파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집안에서 신앙 생활하는 것을 너무나 반대했기 때문에 난 교회를 사실 상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가 심각하게 아프고 죽을 입장이 되니 붙잡을 때는 하느님 밖에 없었다. 내가 죄를 지어 어린 것이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교회에 가서 주님의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강한 일념에 교회에 다시 가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병이 낫게 되었고 100일 기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나의 열성은 식구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집안 어른들의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말에 남편은 화가 극도에 달하여 이혼을 제안하였다. 난 구원이 아니면 이혼도 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생각을 하고 처참할 정도로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다. 그러나 남편이 제안한 것은 성당에 가면 용서할 수 있고 자신도 나중에 함께 나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여덟 살짜리 큰애가 내가 새벽기도 가는데 따라 나섰다. 그날 새벽기도에서 호세아서의 말씀과 함께 “마음을 바꿔라”하는 하느님의 두 번째 음성을 듣게 되었다. “너의 고난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그러니 오늘 네 마음을 바꿔라”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를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집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아이가 아주 큰 소리로 “엄마, 성당에 가, 엄마가 성당에 가면 아빠가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 난 죽어 버릴꺼야!”하고 비명처럼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7시 30분 저녁미사에 광명성당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고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미사 예문에서 완전히 주님께 굴복 당하고 그날부터 성당을 다녀서 1988년 4월 2일 부활절에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 후 남편, 아이들, 가족들, 부모 형제들, 동료교사들 무수히 많은 영혼들을 천주교회로 인도하였다. 신앙의 나무도 무성하게 자라났다. 참으로 주님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두려움 없이 참아내며 열심히 살았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믿음 깊은 신앙인이 되었고 많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다. 이제 꾸준하게 신앙생활 한 것이 26년이 넘었다. 막내가 스물일곱이 되었으니 참 주님께 받은 은총은 너무나 크고 놀랍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사실 어제도 아니 아침까지도 난 세상의 걱정이 너무나 커서 성모님께 의탁하는 맘으로 성지를 찾았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임용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막내 글라라,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 큰 애들 내외 등 아이들이 너무나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머니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다는 일념으로 성지를 갔다. 그리고 하느님 자비 축일을 맞이하기 위한 9일 기도를 바치고 있어서 꼭 성지에서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주님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성인이 되어라.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하고 말씀하신다. 만일 “네가 성인이 되지 않는다면 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의미가 없다. 네가 성인이 되고 하늘나라 시민으로 살아갈 때 나의 구원 역사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는 길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도와 미사와 말씀, 겸손과 온유와 절제, 사랑과 기쁨과 평화, 인내와 선행과 봉사의 생활을 하며 가정과 직장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네 주변 믿지 않는 이들에게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많은 성인들이 힘을 주고 도움을 줄 것이며 무엇보다 성령께서 함께 할 것이다.”
아무튼 너무나 강하게 들려온 세 번째 하느님의 음성을 난 거역할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 2012년 4월 15일 하느님 자비 축일을 시작으로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 성모님, 예수님,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비오 아버지, 파우스티나 성녀님, 사도 요한 성인님께 특별히 도와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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