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

아버지의 병환

기도하는 어머니 2012. 3. 15. 11:34

친정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 가고 있다.

전화를 통해서 들리는 아버지의 음성에서 힘이 없어져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엇이 뻥하게 뚫리는 기분과 함께 목이 막혀 온다.

이제 아버지의 육신의 생명은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육신이 없어져서 아버지의 한 생애가 의미없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그러나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영혼이 하느님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이런 저런 판단을 하며 아버지는 믿음이 없으니 이를 어찌할거나? 하며 통탄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예수님이 지고 가시는 십자가에 당당히 적혀 있음을 영의 눈으로 볼 수 있고, 주님께서 아버지의 영혼은 나의 것이니 이제 세상의 옷을 벗고 내게로 와서 영원한 삶에 들 수 있음을 이야기 해 주었기에 마음이 든든하고 하느님께 더욱 깊은 감사를 드린다. 동생들이 많이 있고 나이 드신 어머니가 계시다. 내가 슬픈 빛을 보이면 어찌하겠는가? 마음을 굳게 하고 의연하게 대처함이 옳은 일이다.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아버지를 뵈러 다녀와야겠다. 아버지에 대한 기도를 집중하다보니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깨끗하고 단순한 분이시며 성실하시고 정직한 분이신지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가는 귀가 멀어서 조용조용히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그러기에 타인이 알게 모르게 흉을 보거나 험담하는 것에 귀를 막고 사신 분이시다. 당신이 하실 말씀이 있을 때 정제되지 못한 언어로 퉁명스럽게 말을 하시는 적은 있으시지만 당신의 자녀들이나 어머니에게 가끔씩 말할 뿐 남에게는 나쁜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타인에게 나쁜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은 마음속에 나쁜 생각을 하지 않고 사셨다는 증거이다. 왜냐하면 말은 마음속에서 생기는 감정을 입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늘 십사처 기도에서는 또 다른 깨달음이 왔다. 2,000년 전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그 십자가 위에는 주님을 믿지 않고 찬미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자들의 이름과 주님께 욕을 하고 조롱하며 반대하는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주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자는 주님과 함께 애통하는 마음을 지니고 뒤를 따르셨다. 성모님, 사도요한, 막달레나, 베로니까, 요안나 등은 애통하고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안고 주님께 십자가를 잘 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하며 걸어갔다. 이를 바라보는 아버지 하느님의 처절한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참혹하게 매맞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고통에 못이겨 일그러저 버린 아들 예수의 얼굴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심정을 어찌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도를 하는 내가 아직까지 주님의 십자가에 매달려서야 되겠는가?

성모님처럼, 요한처럼, 막달레나처럼 주님 곁에서 주님이 십자가를 잘 지고 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힘을 북돋워주고 베로니카처럼 피흘리는 주님의 얼굴을 닦아드릴 마음의 순결한 수건을 마련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주님! 성령기도 회장도 만만치 않고 생활인권부장도 만만치 않고 직장인 반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제는 직장인 반 모임을 해야 하는데 너무나 피곤하여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주님의 고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제가 허약한 탓에 몸이 시키는데로 하였습니다. 주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날마다 출장에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접하며 하루하루 다이나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 들숨에서는 주님의 영, 주님의 정신, 주님의 마음, 주님의 능력, 주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날숨에서는 내 안에 있는 모든 탁한 기운, 악한 영의 기운, 재물에 대한 탐욕, 세상에 대한 허영심, 말씀에 대한 불순종, 온갖 교만과 이기심을 뿜어냅니다. 주님 새로운 기운이 온 몸을 휘감아 도는 느낌이 너무나 좋습니다. 말씀 묵상 렉시오디비나가 너무나 잘 됩니다. 주님 말씀 듣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성소 삼으시고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당신의 크신 은총과 사랑과 자비를 목말라하는 당신의 딸 마리아를 기억하여 주세요.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악한 기운을 몰아내시기를 빌고 또 빌어 봅니다. 감사와 찬미와 영광과 흠숭과 찬양을 받으실 나의 사랑, 나의 주님 예수여! 이 세상 모든 생명체가 주님을 환호하는 시기 봄의 기운이 대지에 가득합니다. 내 마음과 영혼과 감정과 육신 안에도 봄의 뜨락처럼 부활의 기운을 가득 채워 주소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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