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지순례

성지순례 제9일

기도하는 어머니 2021. 3. 2. 19:05

(순례 9일) 2020/2/5 수 오늘은 아씨시를 떠나 토스카나 지역의 소도시 피엔차를 둘러보고 시에나로 건너가 카타리나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도미니코 대성당에서 순례 여덟 번째 미사를 드린 후 시에나 쉐라톤 호텔에서 머물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으로 가서 포르치운쿨라에서 조배하고 수사님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하고 미사에 참례하였다. 아씨시에서 2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수사님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상상 초월의 축복이다. 과연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컸다. 일행은 조식 후 피엔차로 출발하였다. 피엔차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도에 있는 코무네(자치공동체)다. 피렌체에서 남동쪽으로 110km, 시에나에서 남동쪽 60km 거리에 있는 피엔차 역사 지구는 1996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2004년에는 발 도르차 계곡 전역이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됐다. 교황 비오 2세는 1459년 자신의 고향인 피엔차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건축가 베르나르도 로셀리노에게 설계를 맡겼다.

아씨시에서 토스카나 피엔차로 달리는 도로 양쪽으로는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구릉과 구릉 사이에는 초록 보리 이삭이 솟아올라 파아란 하늘과 함께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간혹 사이프러스 나무가 큰 키와 날씨 한 몸매를 뽐내기도 한다. 피엔차 입구에 도착하여 일행은 도보로 최고의 포토 존, 발도르차 농촌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피엔차의 중심 피콜로미니 광장은 네 건물로 둘러싸인 사다리꼴 광장이다. 광장 남쪽에는 피엔차 두오모 대성당, 서쪽에는 교황 비오 12세의 피콜로미니 궁전, 북쪽에는 시청사 건물이 있다. 잠시 두오모 성당에 들려 내부를 살펴보았다. 성당 내부는 아치와 십자 아치 천장이 뻗어 나간 커다란 벽기둥 무리로 나뉘며 종탑 또한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으로 조화를 이룬다. 성당 제대 앞에서 기도를 한 후 광장 쪽으로 나와 구도심을 산책하였다. 이곳에서 자유롭게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날씨가 춥고 식당 문들이 닫혀 있어서 바로 시에나로 이동하였다.

시에나는 피렌체 남쪽 약 50km 지점, 해발고도 320m의 구릉에 위치해 있다. 시에나 입구에서 내려 비탈길을 계속 올라가 성녀 카타리나 생가에 도착한 후 주변 일대에서 자유롭게 식사하였다. 우리는 중심가를 계속 오르다가 중국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것저것 기호에 맞는 것을 시켜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약속 시간에 다시 카타리나 생가 마당에 모였다. 일행은 걸어서 카타리나 성녀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했던 성 도미니코 대성당으로 갔다. 카타리나 성녀가 태어났을 때 건축이 마무리 되었고 성녀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이 성당의 경당에 묻혀 있다. 성당 내부는 아직도 복구 중이었다. 안쪽 제의방으로 들어가 성녀 카타리나 유해가 모셔진 채플에서 성녀 아가다축일 순례 여덟 번째 미사를 드렸다. 성녀 카타리나 유해의 일부(머리 부분)가 모셔진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어 기도하는데, “성인이 되어라. 거룩하게 사는 법을 성인들과 교회를 통해 배워라. 일상의 소소한 삶에 사랑과 정성을 다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순명하여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미사 후 카타리나 성녀의 생가에 있는 기념관 프레스코 벽화를 보며 성인의 일대기를 들었다. 성녀는 1347년 3월 25일 염색업자 베닌까사 야고보와 아내 라빠 사이에 23번째 쌍둥이 자매로 태어났다. 6살 때 예수님과 성인들의 환시를 보았고, 7살 때 정결서원, 18세에 도미니코 재속 수도회에 입회, 21세에 예수님과 신비한 영적 혼인, 1376년 아비뇽에서 교황 그레고리오 11세를 알현하여 로마로 귀환하도록 설득, 1380년 4월 29일 선종(33세), 1461년 교황 비오 2세에 의해 시성, 1866년 로마의 수호성인(교황 비오 9세), 1940년 이탈리아 수호성인(교황 비오 12세), 1943년 간호사의 수호성인, 1970년에는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다음은 시에나 구도심 중앙에 있는 캄포광장을 둘러보고 더러는 카페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고, 희망자에 한하여 시에나 두오모 대성당을 관람하였다. 시에나 두오모 대성당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였고, 프레스코 벽화들이 가득하였다. 성당내부는 일부 수리 중이었다. 시에나가 중세에 피렌체와 쌍벽을 이루며 서로 경쟁하듯이 성당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오늘은 특히 카타리나 성녀의 영성에 빠져들며 예수님과의 영적 혼인에 대한 깊은 묵상을 하였다. 언젠가 묵상 중에 “네가 성인이 되지 않는다면 나의 십자가 수난은 의미가 없다.” 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을 성심껏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실행하고 십자가를 받아들이며 겸손하고 온유하게 살아가는 것이 성인의 삶이 아닐까?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희망과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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