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오로 2주기를 맞으며

기도하는 어머니 2016. 1. 4. 08:48

바오로 2주기를 맞으며

2016년 1월 3일

교회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 팔부축제로 기뻐하고

세상은 붉은 원숭이 새해가 밝았다고 희망찬 덕담들이 오고 갑니다.

제대 위에 촛불이 세 개 밝혀지고 제단 위 구유도 아름답고 평온합니다.

별을 따라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예물을 드리며 경배합니다.

그러나 전 오늘 제대 앞을 똑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제대를 꾸민 화려한 꽃들도 구유의 아기 예수님도

당신을 선명하게 떠올려주기 때문입니다.

두 볼에 흐르는 눈물로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날이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낸 다음날,

고요하게 생의 날개를 접었으니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움이 밀물처럼 덮쳐와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고마웠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난 행복하다.

단 하루라도 울지 마라. 단아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당신이 남겨 준 유언대로 살려고 하지만

당신 없는 세상은 눈물을 멈추게도

단아하게도 행복하게도 하지 않습니다.

울지 않는 것처럼

단아한 것처럼

행복한 것처럼

살려고 하는데…

가슴 속에 사무치는 그리움은

때때로 그 모든 결심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작년 이맘때 「영원한 사랑」을 편집하고

「바오로의 일대기」동영상을 만들면서

다시는 울지 않고 눈물을 거두려 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눈물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그곳이 좋다고 행복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불러도 대답 없고 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애절함이

겨울 들판의 고목나무처럼 추위에 떨게 합니다.

백두산 천지에서도

한라산 백록담에서도

당신을 목 놓아 불러보았지만

소리 없는 메아리만 되돌아옵니다.

올여름 열흘 동안 발칸 반도를 다 돌고 왔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없으면 인연도 없고

눈물이 다 말라 버리면 아쉬움도 없다고

이리도 시리도록 가끔씩 폭풍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이

멀리 밀어 내고 싶어도 끊이지 않는 것은

그 어떤 무엇으로도 그분과의 인연을, 사랑을, 관계를

존재 자체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가 지나 이 시즌이 올 때마다 그냥 쏟아지는 이 그리움을 삼킬 수 없으니

그냥 눈물로 쏟아 내렵니다.」 라며 문자를 주신 이 신부님의 마음처럼

당신의 아내였기에, 당신의 사랑을 먹고 살았기에

시리도록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는 특권이 있기에

삼킬 수 없는 그리움을 저도 눈물로 쏟아냅니다.

여보! 여보! 여보~~

거실에서 당신의 기척이 들리는 듯하여

큰 소리로 불러 보았지만

꿈결에 혼자 잠꼬대를 하고 있더군요.

이토록 이별이 빨리 올 줄 알았다면

더 사랑하고 존중하며 다투지 말고,

상처를 주지 말고 위로하며 살 것을…

당신으로 인하여 신명나던 나의 삶을

당신이 떠난 후에야 깨닫고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고 하였던 당신의 말이

언제나 나를 아프게 합니다.

당신이 두고 간 아픈 사랑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죽음 직전까지 보여줬던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을

되새기며 남은 생애를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은 인큐베이터! 세상은 인큐베이터!

더 큰 시스템 하느님을 찾아라.

하늘 아빠~ 하늘 엄마~’

숨이 멈출 때까지 하느님을 찾았던 당신!

하늘에서 우리의 있을 곳을 마련하고

주님과 함께 늘 바쁘게 살고 있으니

용기를 내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당신의 위로가 우리의 신앙이며 힘입니다.

우리의 앞길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가족을 화목하게 이끌어주는 당신!

당신의 육신은 땅으로 돌아갔지만

영은 부활하여 늘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2015년 을미년 한 해 우리 가족들에게 베풀어준 모든 은총들에 대하여

2016년 병신년 새 해 우리 가족들에게 베풀어질 모든 축복들에 대하여

새로운 가족, 생명의 꽃으로 피어날 유현 가브리엘의 탄생을 기다리며

하느님과 예수님, 성모님과 조상님을 비롯한 당신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6년 바오로 2주기를 맞으며

당신의 영원한 사랑 마리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