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

기도하는 어머니 2013. 4. 23. 09:33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

 

유년 시절 난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해녀가 되기 위한 물질 연습을 하였다. 나의 운명은 해녀가 되는 것이었다. 난 욕심이 많았고 무엇이든 또래 아이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직 해녀가 될 나이도 아닌데 어른들처럼 태왁을 울러 메고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죽을 고비를 당하였다.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태왁을 놓치고 그것을 잡으려고 맨손으로 헤엄치다가 깊은 곳으로 빠져들면서 죽을 뻔하였다. 수없이 물속을 들락날락하다가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를 알아 챈 동네 언니가 나를 구해주어서 난 죽음을 면할 수가 있었다. 물속에서 살아 나오기는 하였지만 의식을 찾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내가 눈을 떠보니 온 동네 사람들이 주변에 둘러서 있었고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면서 울고 있었다. 눈을 뜨는 순간 가장 먼저 ‘어머니 난 물질하지 않고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어머니는 우선 목숨이 중요하니 살아나면 선생님이 되어도 좋다고 하였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야하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까지 여자가 대학에 진학 한 적이 없었다.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던가? 어려움 가운데서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꿈에도 그리던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런데 대학교 2학년 겨울 가정에 모진 풍파가 들이닥쳤다. 대학을 계속 다닐 수 없는 위기가 온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나는 절망 속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죽어버리자. 나 하나쯤 없어진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은 없다. 극한 상황에서 내린 결단은 나를 합리화 시켰다. 그래서 간단한 유서를 써놓고 물에 빠져 죽으려고 바다를 향하여 질주하였다. 그런데 의식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조그만 교회에 혼자 앉아 있었고 나무 십자가 위에서 네 글자 ‘죽지마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무 십자가는 황금색으로 보였고 ‘죽지마라’는 소리는 공명처럼 나의 마음을 맴돌았다. 아무튼 죽으려고 독한 마음을 먹었는데 그 일로 난 죽음을 포기했고 ‘어떻게든 살아보자’란 마음을 먹게 되었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 주님을 모르고 나의 힘으로 살고 있었을 때, 나의 욕심대로 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며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을 때, 힘들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독한 마음을 먹었을 때, 그 방황과 좌절의 시기에 주님은 내 곁에 계셨다. 그리고 지금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평화롭게 자유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늘 부족하고 나약하여 한계를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거친 파도가 들이 닥치면 주님에 대한 믿음, 사랑, 희망은 무너지고 갈팡질팡 넘어지고 흔들리는 이 순간도 주님은 사랑해 주신다. 또한 죽음 이후에도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와 부활에 이르는 은총으로 영원한 생명을 주셨기에 그날에는 얼굴을 맞대고 주님을 뵙게 될 것이다.

‘마리아야! 그때도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영원히 너를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