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니다.

기도하는 어머니 2011. 10. 14. 10:54

2011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어제 저녁 미사 후 김영은 보나, 이원희 마리아, 베로니카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참을 이야기 한 후 보나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집으로 데리고 와서 루르드 기적수를 마시게 한 후 함께 기도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30세 때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영적 일기를 함께 보게 되었다. 어설프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예수그리스도를 갈망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주변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의 구원, 부모님 생각, 동생들 생각으로 기도가 넘쳤다. 첫 아이 원정이를 낳고 난 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시로 표현한 내용을 읽는데 원정이가 전화가 왔다. 텔레파시일까? 삼척에서 실험이 끝났는데 지금 안양 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난 기쁜 마음에 어서 오라고 했는데 걱정이 되었다. 밤이 깊었는데 오는 길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어서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왔다. 약주를 조금했는데 이 깊은 밤에 위험하게 아이를 오게 했다며 성화다. 그래서 조심해서 오라고 전화를 했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는 것이다. 아빠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음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무 일없이 평안히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1시 45분경에 벨이 울렸다. 얼른 달려 나가 맞이했다. 얼마나 반가운지 딸아이를 보는 순간 모든 시름은 가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3시 경에 자리에 누웠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늦게 잠이 들었으니 5시 정각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5시 45분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사워하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아침 미사에 달려갔다. 미사 중에는 얼마나 졸립던지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이 피곤하여 죽을 지경인 것이다. 오늘은 기도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마지막 안간 힘을 쏟아내는 막내 지원 글라라를 위하여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서 성전 안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하였다.

묵상 중에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날 밤의 예수님이 생각났다.

최후의 만찬 후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시는 예수님은 한 잠도 주무시지 못하였다. 예수님은 밤을 꼬박 세우고 새벽에 빌라도의 법정으로 끌려가서 채찍과 편태를 맞고 가시관을 쓰시고 온갖 조롱을 받으시며 고난을 겪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신다. 주님께서 우리를 친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포기 했을지도 모른다. 자식이기에 부모는 있는 힘을 다해 도우려 하는 것이다. 서서 기도를 하고 났더니 기운이 생기고 졸음이 사라지고 힘을 얻으면서 오늘의 복음 말씀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루 12:4-7)

“I tell you my friends, do not fear those who kill the body, and after that can do nothing more. But I will warn you whom to fear: fear him who, after he has killed, has authority to cast into hell. But even the hairs of your head are counted."

나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두신 분은 나의 머리와 몸과 마음과 영혼과 장기와 뼈마디와 나의 모든 삶을 낱낱이 다 세어두셨다. 그러니 어찌 감추어야 할 것이 있고 숨겨야 할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은 하느님 앞에 철저하게 노출되어 있다. 주님 당신 눈에 어긋나는 언행이나 마음가짐, 영혼의 상태를 온전하게 봉헌합니다. 모두를 정화시켜 깨끗하게 하시고 당신께서 머무시는 성소가 되소서. 오늘의 모든 일상을 봉헌합니다. 찬미와 영광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