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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부동산, 사람이 자연이다.

기도하는 어머니 2011. 5. 24. 09:33

2011년 5월 23일 부활제5주간 월요일 상쾌한 아침이다. 범계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드리고 어제 강원도에서 채취해온 나물을 정리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다 학교에 왔다. 시간이 되면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만일 근무처가 없었다면 하루 종일 집안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를 것이다. 그러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학교에 와서 메일을 검색하다가 섬진강 시인 김용택에 관한 내용을 읽었다.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몇 가지 내용을 놓치기기 아쉬워 그대로 옮겨 적는다.

“어느 순간 삶이 딱 변합니다. 연애를 할 때,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도, 내 눈에 딱 띄는 한명이 있잖아요. 그러니 연애를 하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새로 보이는 거죠. 다시 보이고 새로 보이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인생이 변하는 거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웃음)”

생각해보세요.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보는 것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 그게 사람이 하루를 사는 것 아닐까요. 김 시인은 사람은 그냥 보는 게 아니고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말합니다. 관심을 갖고 자세히 봐야 무엇인지 알고 이해가 되고, 이해가 돼야 내 것이 된다는 거죠. 또 내 것이 돼야 인격이 된다는 것.

“어쨌든 아는 것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 돼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아는 것이 점수가 돼야 한다고 하죠. 관계가 맺어져야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면 생각을 하고, 조정하려고 합니다. 이게 조화로운 삶이죠. 관계를 다룬 아이가 쓴 시를 보시죠.”

아버지 (강슬기)

아버지의 일은 회사 일이다.

회사 일은 어렵겠다.

일이 꼬이면 풀기가 어려우니까

줄넘기 두 개가 꼬이면

풀기 어려운 거하고

회사 일은 같겠다.

“아버지가 술 먹고 와선 꼬인다, 하고 잔 적이 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들은 거예요. 학교 와서 글쓰기를 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쓴 거예요. 얼마나 정직해요. 당시 줄넘기를 전국적으로 한 때가 있었어요. 참 이상한 나라죠. 2교시가 끝나면 전국의 아이들이 하나같이 줄넘기를 하는. 얼마나 웃겨요? 그때 줄넘기를 하다가 줄이 꼬이니까, 그것과 연관 지어서 쓴 겁니다. 한 편 볼까요?”

벚나무 (윤예은)

벚나무는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나는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나는 그게 아주 좋습니다.

“얼마나 잘 썼어요? 우리는 꽃을 보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바라본 적이 없습니다. 목표만 향해서 가는 거지. 비 오는 모습, 언제 자세히 본 적 있습니까? 시라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자세히 보고, 무엇인지 알고, 내 것이 되고, 인격이 됩니다. 또 갈등이 일어나고 갈등을 정리합니다. 또 한 편 봅시다.”

여름 (서정우)

이제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에요. 애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돼요?” 아이들은 사물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글이나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무를, 자연을 보게 하는 이유가 있어요. 나무는 언제 봐도 완성돼 있어요. 하늘도, 구름도 그렇고. 자연은 완성이 돼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이에요. 여러분도 늘 완성돼 있어요. 근데, 사람들은 완성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하고 꾸며요.

그는 열을 받을 때, 흘러가는 강물을 보라고 권합니다. 완성돼 있는데도, 늘 새로운 그 흐르는 강물을. 자연이 그렇답니다. 완성돼 있는데, 늘 새로운 것. 그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마음의 눈을 닫고 상상의 날개를 접는 이질적인 행위를 합니다. 김 시인이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행복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늘 지금이 좋은 사람이다. ‘왕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을 소중하게 가꾸는 것이 좋고, 내일을 소중하게 만드는 길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곧 지금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

“내가 예순 넷인데, 한 번도 나이를 의식해 본 적이 없어요. 64세에 대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늘 지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적 감성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것처럼 세상에 재매있는 건 없어요.”

더불어,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하면 봉변을 당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인간도 행복해야 하며, 행복한 삶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도. 가정에선 부부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돈 얘기만 하면 아이들 머리엔 돈만 가득하게 된다는 것. “아이들의 인간성과 인격을 키워줘야 합니다. 지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어요. 이젠 잘나고 똑똑한 놈이 아니라, 더불어 살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중요한 때가 왔습니다.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고, 어쩌다 2시 반에 일어날 때가 있는데, 신문을 보거나 글을 쓰는 등 할 일이 많아요. 낮에는 놀거나, 강의가거나 영화를 보러 갑니다. 영화를 놓치면 시대를 놓치는 거예요. 영화를 보면 얼굴이 변하기 시작해요. 뒷담화하지 말고 좀 우아하게 삽시다.”

나는 시를 배우거나 물어본 적도 없어요. 시적인 욕구가 있으면 계속 쓰세요. 새로운 세계가 자꾸 나타나거든요. 또 정신의 부동산을 가져보세요. 전 세계 땅을 다 가질 수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루 3시간씩, 10년을 하면, 이뤄지지 않을 건 하나도 없습니다.”

우연히 읽었지만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는 글이다.

너무나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자연스런 언어들이다.

미사여구를 쓸 필요가 없다 현상을 보고 상태를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특히 정신의 부동산을 가지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간다. 난 이미 전 세계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유럽 성지 순례를 할 때 가는 곳마다 크고 웅장한 성당을 보며 마음이 뿌듯한 적이 있었다. 특히 로마와 프랑스 등 성지 순례를 할 때 아버지 하느님께서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리아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이곳에서 너를 기다려왔고 이 집은 네 아버지의 집이다. 곧 너의 집이다. 너의 조상들이 오랜 세월동안 지혜와 기술과 노력을 기울여 발전시킨 기술과 역사의 응집이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여라. 감사하고 또 감사하여라.’ 나이아가라를 갔을 적에도 그랜드 캐년을 보았을 적에도 주님은 이는 내 작품이니 마음껏 즐기고 감상하라고 하셨다. 온 세상은 나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창조품들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찬미하고 느끼고 감동할 때 하느님은 더욱 기뻐하신다. 아버지가 정성들여 만들어 논 작품을 보고 자녀들은 아버지의 놀라운 솜씨를 감탄할 뿐이다. 그럴 때 아버지의 마음은 그지없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시인의 이야기 중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것은

‘주변인 모두가 자연이다’라는 말씀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친다.

남편이, 동료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아들 지훈 요한이가, 며느리 민지 헬레나가, 딸 원정 데레사가, 사위 상진 요셉이가, 귀엽고 사랑스런 막내 딸 글라라가, 외손자 준영 비오와 준환 베네딕도가 남편 바오로가 시어머님 홍데레사가 자연이다. 그렇다 때로 그들에게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본다. 맑고 흐리고 바람 불고 폭풍이 일고 쓰나미가 덮치고 깜깜한 어둔 밤과 해맑은 날을 본다. 그렇다 사람이 자연이다. 그렇지만 자연은 변화무쌍한 것이다. 언제나 고요하기를 점잖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나의 편협하고 옹졸한 마음이 구속과 한계를 지어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눈이 잘못된 것이다. 남편이 화낼 수 있다. 욕설 퍼부을 수 있다. 짜증낼 수 있다. 아들이 못마땅하게 투덜거릴 수 있다. 자기 욕심을 부릴 수가 있다. 동료들이 의견이 맞지 않고 자기주장을 펴고 편협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이웃이 이유 없는 앙탈을 부리고 욕심내고 시기와 질투를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연이기 때문이다. 오 주님! 오늘의 깨달음 다시금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