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간의 묵상
제4주간 첫째 날 (7.15.연중 제15주일) : 창세 3,1-14
본문 : 원죄와 하느님의 자비로운 경륜(19)
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8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9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원죄와 하느님의 자비로운 경륜(19)
창세기 1~11장까지는 천지창조, 인간의 죄와 벌, 인류의 타락, 노아의 홍수, 바벨탑 등 아브라함을 선택하기 전의 원 역사에 대한 설화이다.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을 할 수는 없지만 신앙적 차원에서 보면 놀라운 추론이다. 이 세상 모든 만물과 인간은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인간 세계에 죄가 어떻게 들어왔는가? 그리고 죄의 결과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에덴동산을 꾸미시고 그것을 인간에게 선물로 주었다. 당신의 본성에 따라 사람을 만드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 생명체가 되게 하셨다. 당신과 대화하고 사랑을 나누며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사람을 만들었다. 그들이 부족함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양식과 인간적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배필과 그들이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는 온갖 짐승까지 마련해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신뢰하였기에 그들이 지켜야 할 하나의 금령(禁令)을 주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창세 3,17)
아담과 하와도 하느님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행복을 질투하는 유혹자가 나타났다. 아담은 외출 중이었고, 하와는 혼자서 동산을 거닐고 있었다. 유혹자와 하와는 초면이 아닌 듯하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말을 걸기란 쉽지 않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간 뒤에 뱀이 하와에게 가까이 다가와 묻는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뱀은 하느님이 하셨던 말씀과 비슷한 말로 하와를 유혹한다.
뱀의 말을 건네 오자 여자도 어렴풋이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라고 대답한다.
뱀은 집요하게 하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 하느님처럼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하와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하와는 결국 뱀의 유혹에 넘어간다. 하와를 교묘하게 설득하고 자신의 뜻을 이룬 뱀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남편이 돌아오자 하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하와의 말을 듣고 보니 아담도 끌리는 데가 있다. 하느님과의 금령을 잊은 채, 하느님처럼 될 수 있다는 유혹? 은 역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와가 건네주는 나무열매를 맛있게 먹은 것이다. 선악과를 따 먹는데 공범자가 된 것이다. 유혹자는 언제나 먹음직하고, 소담스럽고, 슬기롭고, 탐스러운 것으로 인간의 본성을 흔든다. 만일 맛없고 볼품없고 더럽고 추한 것으로 유혹한다면 누가 속겠는가?
순간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사실 하느님은 그들의 행동을 다 지켜보았던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숨어있는 그들을 부르신다. 내가 죄를 짓는 그 현장에도 하느님은 함께 한다.
하느님 : “너 어디 있느냐?”
아담 :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하느님 :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아담 :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하느님 :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와 :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현존을 잊은 채 자신이 생명이 어디에서 왔으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만들어주시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배필을 만들어 주신 분이 누구인지 잊었던 것이다. 자신의 본성이 하느님과 같은 존재인 것을 잊어버리고 한낮 피조물인 뱀의 간사한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 자신들은 처음부터 하느님과 같은 모상으로 창조되었다. 하느님의 본성인 선과 사랑, 자비와 겸손, 자유와 평화, 관용과 절제 등 하느님처럼 살 수 있는 존재임을 망각한 것이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의 약속을 잊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가슴깊이 사유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하며 핑계를 대고 있다. 하느님께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였다면 하느님의 자비심은 그들을 분명히 용서하였을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과의 금령을 어기면서 하느님의 본성에서 벗어나 뱀의 속성을 가진 자로 전락한다. 두려움과 핑계, 미움과 시기, 교만과 불평, 탐욕과 폭력, 음란과 쾌락 등 이기심에 사로잡혀 하느님과 단절된 상태에서 뱀의 본성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
유혹자 뱀에게는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하며 저주를 내린다.
아담과 하와의 죄(인류의 보편적인 죄, 원죄)는 자식에게 전가된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고 인류의 타락이 시작된다. 그런 가운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등장한다. 노아는 의롭고 흠과 티가 없는 사람으로 하느님의 선택을 받고 대홍수 때에도 구원의 방주에 올라 자신의 가족을 죽음에서 구원한다. 죄가 만연한 세상이지만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의로운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존속하고 하느님의 구원 의지는 인간을 향하여 열려있는 것이다.
자비로운 하느님께서는 원 역사에서 당신의 구원계획을 말씀하신다. 여자의 후손을 통하여 뱀의 머리와 발꿈치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구약성경은 예언자들을 통하여 새로운 메시아가 올 것이며 그가 와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게 될 것을 끊임없이 약속한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 오신 분이 곧 예수 그리스도이다.
지금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것을 금령으로 주셨을까?
첫째 : 삼위일체 하느님과 성모님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 날마다 네가 져야 할 십자가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셋째 : 네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넷째 ; 내가 너를 사랑한 것처럼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다섯째 : 나의 사도가 되어 나의 뜻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이 약속을 지키면 너는 행복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게 여생을 마칠 수가 있다.
아멘 아멘 주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