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곶 성지(32)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갑곶리 1000 T 032-933-1525)
2016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설 다음 날이다. 어머님이 제주에서 올라 오셨다. 내일 제주도에 가야하기에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어머님께 갑곶성지 함께 갈 의향을 물었더니 좋다고 하였다. 가는 길에 헌윤 그레고리오 묘가 있어서 오랜만에 묘소에 가서 기도도 하고 싶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집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였다. 길이 뻥 뚫려서 제2 경인고속도로에서 계양으로 빠져 한강신도시를 거쳐 대곶리 묘소까지 갔다. 어머님과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와 빛의 신비를 하면서 갔다. 묘지에 가서는 그레고리오를 위한 고통의 신비를 봉헌했다. 오늘 갑곶에서 전대사는 김헌윤그레고리오와 김관종 요셉 할아버지를 위해 봉헌하기로 했다. 기도 후 바로 갑곶 성지로 갔다. 도착 시간이 10시 30분 쯤 되어서 미사 시간 전에 성지를 둘러보았다.
강화는 수도 방어의 요충지로서 고려 시대부터 외세와 격렬하게 충돌해 온 역사의 현장이다. 이런 강화 지역이 교회와 특별한 관계를 갖기 시작한 것은 1866년 병인양요와 이에 이은 병인박해 때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조선 정부가 프랑스인 성직자 9명을 처형한 책임을 물어 강화도를 점령하고자 했던 프랑스 함대가 바로 이곳 갑곶 돈대로 상륙, 강화성과 문수산성을 점령했다. 결국 프랑스 군은 후퇴했으나 이로 인해 강화 지방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가장 극심했던 박해의 하나로 기억되는 병인박해가 시작되었다. 갑곶 돈대에서 보이는 바다 건너편의 백사장에서 많은 신자들이 이슬로 사라졌다. 이 박해로 성연순과 원윤철이 통진에서, 1868년 박상손, 우윤집 등이 강화에서 순교했고, 1879년에는 통진에서 권 바오로가 순교했다. 성지에는 순교자 3위비가 세워져 그분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평생 동안 아버지 박 바오로(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의 유해를 서울 왜고개 성지에서 삼성산으로 옮긴 이)처럼 순교자들의 삶을 정리하며 사셨던 증거자 박순집 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묘가 있다. 박순집(1830~1911)은 비록 참수자는 아니나 그의 생애는 어느 순교자 못지않은 삶이었다. 새남터와 서소문 밖에서 순교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유해를 목숨을 걸고 찾아 안장했으며, 후에 순교자들의 행적을 증언해 유해발굴과 시복시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1890년 인천 제물포로 이주해 숙골(현 도화동)에서 선종할 때까지 전교 활동에 힘쓰며 인천교구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그의 일가 16위가 병인박해 때 순교하였으며 박순집은 여러 박해의 검거망을 기적적으로 피하며, 남은 생을 하느님을 증언하며 살았다. 공식적인 박해가 끝나자, 성직자들을 영입하고,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여 ‘박순집 증언록’을 엮었다. 순교자들의 행적을 보존하고 증언하는데 그이 모든 삶을 바쳤다.
성지를 둘러 본 후 11시 미사에 참례하였다. 주임 사제는 평화방송 오늘의 말씀을 전하는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이시다. 두 번째로 성지 주임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한 번 오고 싶었다. 오늘은 설 연휴여서 성지 봉사자들이 없다며 입당송과 파견성가를 기타로 반주하셨다. 강론을 통해 기도와 간청이 있는 곳이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이라 말씀하셨다. 성지란 기도하는 분위기, 간청이 쏟아지는 곳이 되어야 함을 10년 전에 깨달았다며 겸손하게 기도하고 간청하는 마음이 될 때 나도 성지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신자들이 기도를 봉헌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지향에 따른 기도를 해주신다며 꼭 기도지향을 써놓고 가라고 안내하셨다. 나도 답답한 문제들이 있어서 기도지향을 쓰고 돌아왔다. 신부님께 개별적으로 인사도 드렸다. 초면이었지만 늘 만났던 분처럼 친절하고 다정했다. 성지는 내부구조가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한국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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