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클레오파스 :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예수님 : 무슨 일이냐?
제자 : 나자렛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 :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제자 :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제자들 :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들은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셨다.
묵상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공생활 동안 예수님과 함께 다니면서 예수님의 말씀, 기적, 표징, 이적, 치유, 하느님의 능력을 보았으며 그분의 말씀과 행동에 힘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을 로마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예언자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이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지고 가시관을 쓰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며 온갖 매질과 모욕과 침 뱉음과 조롱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장면을 다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희망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예수님은 힘도 없고 더 이상 기적을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죽어서 무덤에 묻히셨던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참담했고 더 이상 믿을 곳이 없었다. 힘이 빠진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인 엠마오로 돌아가고 있었다. 부활하신 주님은 눈물과 한숨과 비통함과 절망 속에서 슬픔에 찬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와 대화에 끼어 드셨다.
무슨 일이냐? 주님은 우리의 대화중에 늘 함께 하신다. 우리의 슬픔과 번뇌와 고민 중에 늘 함께 하신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에 대한 성경 말씀을 풀이해 주신다. 고난과 십자가 죽음, 부활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들의 눈이 열릴 때까지 함께 하신다. 식사 중에도 함께 하시면서 빵을 떼어 나눠 주셨다. 그때 그들의 눈이 열려 그리스도임을 알아보자 그들 곁에서 사라진다.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그들의 가슴은 이미 성령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그 불타오르는 감동을 가지고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 나절 걸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제자들과 함께 자신들에게 나타났던 주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진정으로 만났다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빵을 떼어 나눠 주실 때에 그들의 눈이 열렸던 것처럼 오늘도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주님을 만나야 한다. 주님 엠마오 제자들처럼 이제 주님의 부활의 증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