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 31일에 지내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친척이며 요한 세례자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5월 31일을 축일로 정한 것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사이에 기념하기 위해서다. 성모 마리아께서 천사의 메시지를 따라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 말씀을 듣고 믿었을 뿐만 아니라 말씀을 이웃 안에 실천하기 위하여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어머니의 지극한 신심이 감동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도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뜸들이고 잊어버리는가? 오늘 스바니야 예언서의 말씀은 성모님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며 또한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의 목소리이기에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자 한다.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주님께서 너에게 내리신 판결을 거두시고, 너의 원수들을 쫓아내셨다.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그날에 사람들이 예루살렘에게 말하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 나는 너에게서 불행을 치워 버려, 네가 모욕을 짊어지지 않게 하리라.‘”(스바 3, 14-18)
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믿음은 믿음끼리 알아보는 것이다.
이미 늙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라고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아이를 잉태한 엘리사벳,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남자를 알지 못하였지만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한 마리아 두 분은 하느님의 권능에 온전히 순명하며 세상의 불가능을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온전한 순명을 하였던 것이다. 하느님 제게도 성모님과 엘리사벳과 같은 믿음의 영성을 주소서. 병원에서는 불가능이라 하였지만 주님은 가능하다고 하였으니 굳게 믿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십니다. 저의 믿음이 부족함을 용서하여 주시고 굳건한 믿음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