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성교회로 개종을 하였지만 기도하는 방법을 몰랐다. 매일 미사와 저녁 기도 10시부터 12시까지 성경 말씀을 읽고 부르짖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백일기도를 작정하여 사십 일이 지난 어느 날, 부르짖는 기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기도를 하려해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에서 들려왔을까?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으로
‘마리아야!’하는 것이었다. 세례를 받기 전이어서 더욱 놀랐다. 다시 ‘마리아야!’하는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듣는 부르심이어서 난 어리둥절하였고, 사방을 둘러보는데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머리를 땅에 묻고 두려운 생각으로 몸을 웅크렸다. 또‘마리아야!’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엘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대목이 생각나서 마음속으로 ‘누구십니까?’ 하고 조용히 반문하였다. 그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네 어머니! 너를 낳아 준 어머니를 용서 하여라!’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렵고 떨렸다. ‘안 됩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시잖아요. 제가 어머니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는지?’여섯 살 된 나와 세 살짜리 여동생을 두고 이혼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에 사무쳐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키웠다. 계속 마음속에서 ‘네 어머니를 용서하여라. 그러면 나의 어머니 마리아를 너의 어머니가 되게 하리라.’하는 음성이 들렸다. 거역할 수 없는 그 말씀은 깊은 회심의 기도를 하게 했다. 난 낳아 준 어머니를 용서하기 위하여 백일 간 아침 금식 기도를 하였다. 목 놓아 엉엉 울면서 주님께 온갖 푸념을 털어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두 딸을 두고 이혼해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다. 백일기도를 마치자 주님은 ‘이번에는 너를 길러 준 어머니를 용서하여라.’하는 것이다. 난 황당하였다. 새 엄마에 대하여는 미움보다는 무관심 속에 살았다. 결혼하여 서울에 살았기에 친정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사십 일 동안 눈물의 금식 기도를 하였다. 기도하는 동안 나를 길러주었고 대학교육까지 시켜 교사가 되게 하였고 결혼하여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신 새 엄마의 수고와 정성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고맙고 감사해야 할 분인데 난 나의 입장만 생각하고 미워하고 무관심하였던 것이다. 다음은 ‘너의 시어머니를 용서하여라.’하는 것이다. 냉정하고 싸늘하고 며느리에게는 관심이 없고 아들만 귀하게 여기는 시어머니에게는 마음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젊은 시절 과부가 되어 다섯 남매를 혼자의 몸으로 키워가는 시어머님을 생각하니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세 어머니를 모두 용서하고 났을 때 주님께서는 당신 어머니 마리아를 나의 어머니가 되게 해주셨다. 성모관련서적과 묵주의 9일 기도, 성모신심 세미나를 통하여 성모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삶은 어머니 마리아 안에서 겸손하고 온유하며 순명하는 삶으로 변화되어 갔다. 성모마리아의 삶과 영성은 나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예수님은 항상 ‘어머니에게 가서 배워라’ 하고 말씀하셨고 성모님은 내 영혼의 누더기를 깨끗하게 빨아 입히고는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하셨다. 세상 삶에서 어머니의 역할과 모성이 필요하듯 영성 생활에서도 성모님의 역할과 모성적인 보살핌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어머니들과의 화해는 나의 삶을 기쁨과 감사의 삶으로 변화시켰으며 세 분의 어머니를 살아있는 성모님처럼 존경하며 사랑하게 되었다. 이는 양가 부모님들과 수많은 동생들을 차별 없이 사랑하도록 했으며 친정 12남매의 장녀로, 시댁 5남매의 맏며느리로 형제간에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관계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성모님의 자애로운 모성은 나의 가난함과 부족함을 항상 넘치도록 채워주신다.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 27)’
경기중등수석교사 이정숙 마리아
수원교구 범계성당
블러그 : http://blog.daum.net/leederes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