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성당(54)
합덕 성당 (54)
(충남 당진군 합덕읍 합덕리 275 T 041-363-1061)
2016년 2월 28일 사순 제3주일
해미성지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겨울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눈이 하염없이 내렸다. 스마트폰 전원이 다 소진되어 네비를 켜기에도 부족할 것 같다. 해미 IC에서 당진 서울 쪽으로 나와 달리는데도 눈이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합덕 가까이 오자 눈이 조금 멈추는 듯하여 합덕 성당에 들리고 싶은 마음에 합덕 IC로 빠졌다. IC에서 20여분 달리니 합덕 성당이 나오는데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더욱 심하게 내렸다.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사무실이 어디인지도 몰랐지만 우선 성당으로 올라갔다. 합덕 성당은 설국 속에서 아름답게 솟아난 천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성당 안으로 갔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성모님 예수님 그리고 감실 안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듯 맞아주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 성당 안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성체조배를 하였다. 주님께서 기특하다며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받았다. “너는 나의 귀염둥이, 내 사랑,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딸이다. 너는 내 마음에 든다.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순명하여라. 그러면 네가 성인이 될 수 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끝까지 참고 견디면 반드시 구원을 받으리라. 아니 이미 너와 네 집안은 구원을 받았다.” 눈에 젖은 몸으로 제대 앞에 절을 하고 무릎을 꿇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말씀을 내려주신다. 이렇게 용기를 주시는데 어찌 이 순례의 길을 멈출 수가 있겠는가? 그저 감사하고 감읍할 따름이다. 조배 후 성당 뒤쪽에 마련된 순례 스템프를 찍고 성당을 나왔다. 스마트폰 전원이 없어서 기념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성지순례 갈 때는 꼭 여분의 전원을 가져가거나 충전기를 소지해야 함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합덕 성당은 충청도 내포 평야에 복음을 밝힌 지 120년이 넘은 한국천주교의 산증인이며, 참된 신앙을 보여 주는 성당으로 1890년에 황무실 아래의 양촌에 본당이 설립되고, 초대 퀴를리에 신부가 부임한 후 9년 뒤 1899년에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합덕 성당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합덕 성당은 한국천주교회 안에서 사제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소의 요람(사제 32명, 수사 5명, 수녀 70여 명)이다. 또한 합덕 성당은 참된 목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평신도 순교자의 목자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메스트르 신부와 랑드르 신부, 6‧25전쟁 당시 피난의 권유를 물리치고 순교의 길을 걸었던 ‘백 비리버 신부’, 그리고 백 신부와 함께 순교의 길에 동참한 윤복수 라이문도 회장과 송상원 요한 복사, 장티푸스 환자에게 병자 성사를 주고 같은 병에 걸려 선종한 심재덕 마르코 신부 등 이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참된 신앙의 의미를 찾고 있다. 2008년에는 순례자들과 청소년들을 위해서 성당 내에 유스호스텔을 세워, 평신도 신앙 교육과 피정, 청소년들의 캠프 및 피정 등을 하고 있다.
눈 속에서 순례를 마치고 고속도로를 달려 서해 대교에 이르자 행담도 휴게소가 나왔다. 잠시 들릴까 생각하였는데 진입 차량이 많아 그냥 달렸다. 비봉 IC에서 빠져 비봉 추모관에 들렸다. 설에 다녀 간 후 20일(오늘이 정월 21일)이 지났다. 추모관에 들려 연도를 바치고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며 요즘의 일상을 바오로에게 말하였다. 아니 내가 말하기도 전에 바오로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내가 성지 순례를 떠날 때마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위험한 모든 것들을 막아주며 안전하게 도와주고 있다. 물론 주님과 성모님이 앞장서지만 바오로가 늘 함께 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기도 하다. “남편이 없지만 남편이 있는 사람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기죽지 말고 살아가라. 아버지가 없지만 아버지가 있는 것처럼 자신감 있게 살아가라. 나는 죽었지만 영원히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 가까이 있다.’ 고 하며 며칠 전에도 비몽사몽간에 힘을 주고 용기를 주었다. 그러기에 내 남편이다. 내가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멋진 남편 바오로다.
부부의 기도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
혼인성사로 저희를 맺어 주시고
보살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이제 저희가 혼인 서약을 되새기며 청하오니
저희 부부가 그 서약을 따라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잘살 때나 못살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살아 있을 때나 돌아갔을 때나(내가 추가함)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게 하소서
또 청하오니,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는 저희 부부의 삶이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성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