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성지(26)
수원 (북수동성당) 성지(26)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316 031-246-8844)
2015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오늘은 우리 큰 딸이 태어난 날이다. 35년이 지났지만 진통하던 그 순간에 한없이 내리던 눈발을 잊을 수가 없다. 첫 아이가 딸이라서 그런지 섭섭한 표정을 지었던 남편과 시어머니의 얼굴도 생각이 난다. 오히려 내가 위로하며 다음에 아들을 낳겠다고 장담을 했는데 둘째가 아들이었다. 어디서 그런 용감한 생각이 떠올랐을까? 진통할 때마다 성경을 부여잡고 진통이 멎으면 성경을 읽었던 기억도 새롭다. 수원성지에서 큰 딸의 생일 감사미사를 드렸다. 미사 전에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릴 수가 있었다. 자비의 희년 상설 고백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수원성지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00년 천주교 성지로 선포되었는데 토포청, 이아(화청관), 화성행궁, 형옥, 종로사거리, 장안문 밖과 팔달문 밖 장터, 동남각루, 암문(다섯 군데), 동장대, 사형터, 방화수류정, 화홍문 등 수원 화성 성곽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이면서 동시에 성지이다.
정조대왕의 명을 받은 다산 정약용(요한) 선생이 설계한 수원 화성은 둘레가 5,743m, 직경이 대략 1.8km의 성곽으로 둘러 쌓여 있는 아름다운 성이다. 정조대왕이 49세에 갑자기 의문사하자 이듬해인 1801년(신유박해)부터 전국적인 천주교 대박해가 시작되었고, 수원유수부가 관할하던 한강 이남을 비롯하여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체포된 천주교인들이 정조의 정치 무대였던 수원화성으로 압송되어, 갖은 고문과 박해를 겪으며 백지사형, 미루나무에 교수형, 비공개 물고형, 참수형, 아사형, 장살형 등으로 주님을 증거하며 용감히 순교하였다.
수원에서는 박해 시대에 수원 화성에서 순교한 일흔여덟 분과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을 기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지 다두를 비롯한 수원 성지 순교자 여덟 분의 시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6․25때 순교한 심응영 뽈리데시데라도 신부는 수원의 거룩한 순교를 기념하고 미신 타파를 위해, 수원 최초의 고딕식 성당이며 근대식 건축인 수원 성당을 지었는데 6․25를 거치며 유실 되었고 현재 복원 예정이다. 심응영 신부가 세운 수원 최초의 사립 소화초등학교는 뽈리 화랑이라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지 마당에는 정약용이 설계한 봉화대 보양의 묵주 알고 버드나무 형태로 성곽 둘레를 축소한 로사리오의 화단이 조성되어 우리 꽃, 야생화 1천여 종이 심어진 방화수주길을 이루고 있다.
성지 미사는 11시에 시작되었는데 미사를 주례하는 신부님이 차분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음성은 미사를 더욱 경건하고 거룩하게 하였다. 어제 발령 받아 오신 신부님이라고 하는데 침착하고 정성스럽게 미사를 드리고 강론도 아주 잘 해주었다. 미사 후 삼종기도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 기념이 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